[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0대 전반기 국회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와 맞물려 국회 상임위원회 재배치를 놓고 각 당의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전반기 국회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낙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텅 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국회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KBS,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EBS,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굵직한 정부부처와 공기업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그러나 20대 국회 전반기 과방위의 법안처리는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16년부터 과방위에 접수된 법안 총 524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102건으로 처리율이 19.4%에 불과하다. 이는 국회 전체 법안처리율인 26.9%(13266건 중 3564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임위별로 살펴봐도 과방위는 법사위(14.8%), 운영위(19%)와 함께 최하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운영위가 국회 회기 운영을 맡고 있고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 법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하는 등의 특수성을 가진 점을 감안하면, 과방위의 법안처리 실적은 사실상 최하위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과방위의 법안처리율이 낮은 이유로는 방송법, KBS·MBC 정상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등 각종 굵직한 정치이슈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6년 여름부터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가운데 과방위는 공영방송 이사 비율을 여야 7대6으로 맞추는 방송법 개정안,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을 두고 여야 간 논쟁이 있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언론장악방지법 처리를 끊임없이 요구했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이 법안을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2016년 과방위는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상임위'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정권이 교체되고 KBS·MBC가 정상화 되는 과정에서도 여야는 정쟁에 휘말렸다.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언론장악방지법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민주당은 언론장악방지법은 차악의 선택이었다며 시민이 공영방송 경영진 선출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의 방송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을 한 달 남긴 지금에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인해 과방위가 정상가동되고 있지 못하다. 과방위가 포털 등에 대한 이슈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현안질의 등이 이어질 상임위 개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상임위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통상적인 전체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야당은 각 부처의 장·차관들에게 현안질의를 통해 드루킹 사건을 부각시킬 기회를 얻게 된다.

결국 20대 국회 전반기 과방위는 정쟁의 핵심 전장으로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임위였고, 따라서 법안 처리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장 다음달 일몰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등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안건은 협상이라도 시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과방위가 정쟁에 몰두해 정작 해야 할 직무를 방기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과방위가 의원들의 '기피상임위 1호'로 자리 잡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현재 과방위 소속 위원들도 대다수가 후반기 국회에서는 다른 상임위로의 이동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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