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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시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시민 방송심의 판단은 JTBC 동성 연애·MBN 떼놈 발언 등 방통심의위 결정과 달라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5.24 13:43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그동안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컸다. 여야 6:3 구조로 위원을 선출해 정치적 편향성이 크고, 평균연령이 높아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3일 시민 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논란이 되었던 안건 4개를 재심의했다. 시민의 판단은 방통심의위 결과보다 더 강경했고, 더 진보적이었다.

민언련이 구성한 심의위원은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0대 남성) ▲박민 전북민언련 참여미디어연구소 소장(40대 남성) ▲박인숙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40대 여성) ▲석원정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소장(50대 여성) ▲권보현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20대 여성) ▲엄주웅 민언련 정책위원(60대 남성) ▲윤성옥 경기대 교수(40대 여성)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30대 여성) ▲한희정 국민대 교수(50대 여성) 등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를 다양하게 했으며 여성과 남성의 비율을 6:3으로 구성했다. 주로 미디어와 관련된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위원을 구성했지만 청소년 활동가, 외국인근로자센터 소장 등 다양한 직업군을 포함했다.

민언련이 주최한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23일 열렸다(미디어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심의한 안건은 ▲MBC 뉴스데스크(14.05.07)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15.08.10) ▲JTBC 선암여고 탐정단(15.02.25, 15.03.04) ▲MBN 뉴스와이드(17.12.15) 등이다. 이 중 JTBC와 MBN 안건에 대한 판단은 위원 구성의 다양성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줬다.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은 당시 방송에서 동성 연인인 고교생의 키스 장면과 머리를 쓸어올리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규정 제43조 1항 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과 제27조 품위유지를 적용해 법정제재인 경고를 부과했다. 회의에서 함귀용 위원(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은 “성소수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어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한다”며 “청소년들로 하여금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 내지는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드라마가 제작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민 방송심의위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방통심의위 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보현 위원은 “이 방송을 심의해야 하는 것 자체가 슬프다”며 “청소년도 사람이기에 교제하고 애정표현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 양 심의를 해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권보현 위원은 “동성애를 정신적 장애라고 했다”며 “방송이 아니라 함귀용 위원에 대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석원정 위원은 “현실에서 성 소수자 학생은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드라마에서는 이런 복잡한 심리와 생각을 잘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의감과 불편함, 갈등 등이 솔직하게 표현됐다”며 “성 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애정표현에 대해선 “그렇게 농밀한 것도 아니었다”며 “이 정도를 가지고 문제 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의는 ‘문제없음’ 의견이 다수로 나왔다.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차명진 전 의원이 중국에게 “떼놈이 지금 우리보고 절 하라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해 논란이 된 MBN <뉴스와이드>에 대한 심의도 이뤄졌다. 현 4기 방통심의위에서 다뤘던 이 안건은 ‘문제없음’으로 결론 났다. 당시 심영섭 위원은 “적절하지 않은 발언 같다”면서도 “문제가 있는 발언인데 바로 사회자가 제지했고 패널이 곧바로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방심위의 차명진 '떼놈' 발언 '문제 없음', 이유는)

발언중인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미디어스)

하지만 시민 방송심의위의 의견은 달랐다. 박인숙 위원은 “차명진 전 의원이 사과한 것은 다른 방송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다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라며 “우선 말을 뱉고, 지적을 당하면 사과하면 된다는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대해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차명진 전 의원이) 이용할 것”이라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장은경 위원은 “순간적인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사회적 물의를 감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민 방송심의위는 다수 의견으로 법정제재인 ‘경고’를 결정했다.

시민 방송심의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 공천할당 정책을 언급하며 출연진이 “걸스카웃, 보이스카웃 정당”·“굉장히 소아적인 발상 아니겠어요”·“종북숙주 정당”이라는 발언을 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대해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결정했다. 3기 방통심의위에서 심의한 이 안건은 행정지도인 권고가 결정됐다. 행정지도는 별다른 법적 강제력이 없는 결과다. 

이에 대해 윤성옥 위원은 “누군가를 종북이라고 하면 법적 명예훼손이라는 판례도 있다”며 “종북 숙주라는 발언은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했다. 한희정 위원은 “청년에 대한 혐오 표현이 있다”며 “특정 집단에 속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 유가족을 모욕하는 논평을 낸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정정·수정’ 및 ‘관계자 징계’가 결정됐다. 당시 박상후 MBC 전국부장은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언급하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한 바 있다. 3기 방통심의위는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인숙 위원은 “사회가 잠수부를 죽인 것처럼 묘사한다”며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려 하고, 나아가 유가족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향후 온라인을 통해 시민 방송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매주 화요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받고 시민 방송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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