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얽혔던 문제들이 하나 둘씩 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믿음과 배신이라는 종이 한 장 차이 같은 간극에서 그 무엇을 택하든 배신 혹은 믿음이 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복수극은 무엇을 위한 복수인지만 모호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슬픈 남자의 복수는 애처롭기만 하다

파양당한 남자의 복수와 친 누나 같이 생각했던 이의 죽음. 그렇게 겹겹이 쌓인 복수는 한 남자를 나쁜 남자로 만들었습니다. 나쁜 남자가 되어버린 그는 자신을 옥죄고 있던 그 무거운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해 처절한 복수를 꿈꾸었습니다. 복수만이 모든 것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시작한 그의 복수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을 버린 가족의 딸들의 마음을 빼앗고 자신과 자리를 바꾼 남자를 궁지에 몰아가려 노력하고 큰 아들의 비리를 파헤쳐 언론에 공개함으로서 그의 복수극은 화려하게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였던 그의 복수가 막 시작하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만이 전부인 나쁜 남자가 실은 슬픈 남자였다는 사실이지요. 그 누구보다 외롭고 슬프기만 했던 그 남자는 나쁜 남자라기보다는 슬퍼서 아픈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잔인한 복수를 꿈꿨지만 외로운 태라를 깨우치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알 수 없는 마음의 균열이 찾아오고, 그런 조그마한 균열들은 새로운 문제들로 또 다른 균열을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도록 조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는 없는 법이고 타인이 상처를 받듯 자신도 타인이 받은 상처만큼의 아픔을 가져가야 하는 현실은 그를 더욱 힘겹게 만들 뿐입니다.

그가 그토록 저주하는 남자 태성은 그가 복수를 꿈꿔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그는 알지 못하지만 그 역시 건욱 못지않게 복수를 꿈꿔야 하는 남자이기 때문이지요. 건욱이 오해하고 있는 누나의 죽음의 원인은 그가 아닌 그를 둘러싼 해신그룹에 있음을 그는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애써 태성에게 그 원죄를 뒤집어씌우려 하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해신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밖에서 데려온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에게 따돌림 당하고 엄마에게 자식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야만 했던 태성은 재인이 그에게 이야기를 하듯, 돈 밖에 아무것도 없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누구도 그를 사랑해주지 않고 사랑할 수도 없는 존재인 태성은 복수를 당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함께 복수극에 참가해야만 하는 존재일 뿐이지요.

해신그룹의 장남인 홍태균의 비리 사실을 파헤쳐 타격을 가한 것은 즐거운 일이나 그 일이 큰 타격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저 한 동안 외국에 머물며 정리만 되면 되는 문제일 뿐이지요. 그렇다고 회장인 아버지가 큰 아들을 내치고 전문 경영인을 들이는 일은 재벌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최악의 존재로 등장하는 신여사와 큰 아들 태균에 대한 복수가 미미한 상황에서 가장 나약하고 비슷한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왔던 모네와 태라, 태성을 주요 복수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아쉽기만 합니다. 자신의 언니에게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를 빼앗겼다는 사실은 모네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타인에 의한 사랑이 아닌 진심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씻을 수 없는 흔적일 테니 말입니다. 건욱의 복수는 모네에게 상처로 남고 이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복수해야 할 이유로 작용하게 되겠지요.

태어나서 오로지 재벌가의 큰 딸로 키워진 태라가 단 한 번의 일탈을 해봤던 고교시절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몰래 극장에 가서 봤던 영화 '더티댄스'의 내용은 그를 열병에 앓게 했다고 합니다. 부잣집 딸이 여름휴가를 가서 만난 거친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내용에서 그녀는 틀에 박힌 자신의 삶을 탈출하는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훌쩍 커버린 지금 그 나쁜 남자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태라는 사회적 지위까지 내걸고 위험한 사랑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나쁜 남자가 철저하게 자신과 가족을 파괴하려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불나방처럼 불을 찾아 뛰어드는 태라는 이미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여자의 죽음에 건욱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며 혼란스러운 재인은 그렇게 건욱을 품어줍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그를 품을 수 있는 존재는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래서 슬픕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남자를 사랑하는 것만큼 무모하고 슬픈 일은 없으니 말이지요.

이미 당겨진 방아쇠를 거스를 수는 없고 그 복수극에 함께 하든지 3자의 입장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에서, 재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파멸을 지켜봐야 하는 슬픈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그 복수는 모든 이들을 파멸로 이끄는 특급 열차일 뿐이니 말이지요.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태성은 복수의 대상으로 까지 몰리며 결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사랑을 받아 본적 없어 사랑이 서툴었던 그가 비로소 진정한 여자를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그 여자마저도 자신의 재산을 노렸다는 사실이 그를 슬프게 합니다.

마지막까지 잡고 싶고 가지고 싶은 그 여자가 건욱을 사랑한다는 사실도 그를 슬프게 합니다. 단 한 번도 가족의 정을 느껴보지 못한 그 남자도 건욱처럼 집 밥이 먹고 싶었던 외롭고 슬픈 남자였습니다. 슬픈 남자에게 모진 복수를 꿈꾸는 슬픈 남자는 그래서 나쁜 남자일 뿐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