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피팅모델 사진 촬영 중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여성 유튜버의 폭로가 나온 후 추가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며 이른바 '사진계 성추행'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계 성추행' 사건을 돕고 있는 박지혜 변호사는 구두 계약 또는 서면계약서가 있다 하더라도 모델의 동의가 중요하다며 표준계약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의 박지혜 변호사는 21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계약서가 구두로 했든 서면에 썼든, 어쨌든 (모델의)동의 자체가 있는게 중요하다. 또 동의 내용 자체도 막연하게 '사진작가의 말을 듣는다'는 걸로는 완벽하지 않다"며 "막연한 지시로는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유튜버 양예원씨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과거 피팅모델 촬영 당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양예원씨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박 변호사는 "사진작가들이 그렇게 써놓는 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무조건 자기 마음대로 모델을 할 수 있는 건데 그런 계약에 모델들이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며 "시장에 물건을 사러가도 사고 싶은 게 없으면 거부할 수 있고, 교환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양예원 씨 사례의 경우 양 씨와 양 씨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스튜디오 실장 A씨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A씨는 양 씨와 했던 '비공개 촬영회 모델 초상권 계약서' 13장을 제시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속옷을 입히고 촬영을 진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하에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언론에 알려진 계약서의 내용에는 촬영된 사진의 용도와 공개 범위를 규정하기 위한 내용 정도만이 포함돼 있어 모델의 동의 없이 선정적인 복장과 포즈를 요구하는 등의 지시는 부적절하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모델들에게도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촬영 수위, 내용, 그리고 나중에 이걸 어떻게 배포할 것인가 등 추후 활용 범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한 계약서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진계 내부에서 부당한 요구를 하지도 않고, 이를 쉽게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져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페미니즘 사진 그룹 '유토피아'의 곽예인 작가는 같은 방송에서 '비밀 촬영회'라는 이름하에 사진계 성추행이 만연하다고 전했다. 곽 작가는 "(비밀 촬영회는)워낙 옛날부터 암암리에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며 "정상적이지 않다. (여성을)성적 대상화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곽 작가는 "(모델 사이트에는)'간단한 촬영을 한다','노출이 심하지 않다' 정도가 공지로 올라오는데 대부분 실제 진행되는 내용과 정말 차이가 있다"며 제보가 들어온 사례들을 소개했다. 곽 작가에 따르면 사진계에서는 촬영에 사용된 스타킹을 사진가들에게 나눠준다거나, 선정적인 복장을 입히고 신체 특정 부위를 확대해 촬영한다거나, 미성년자 모델 지망생에게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주겠다고 접근해 해당 사진을 판매하는 식의 부적절한 사례들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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