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 세월호 오보 장면을, 또 다른 일베 용어인 ‘어묵’과 함께 사용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MBC 최승호 사장은 빠르게 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결론은 예상한 대로 ‘고의는 없다’였다. 아무리 예능이라 한들 그 유명한 전원구출 오보 장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지만, MBC는 의심하지 않았다. 거꾸로 MBC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조사위원회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 (사진제공=MBC)

그런 한편 5월 1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언론에 따른 2차 피해방지를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잘못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게 결론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전참시’ 파문의 정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이슈가 식은 뒤라 강경한 처벌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언제나처럼 피해자만 상처받고, 가슴 아픈 그런 반복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치 MBC의 ‘반성’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며칠 뒤 KBS ‘연예가중계’는 일베 이미지를 두 번이나 반복 사용해 또 다시 파문이 일었다.

‘연예가 중계’는 사과를 하고 “사건의 고의성을 지적하는 분들의 심정과 분노를 이해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앞선 MBC 전참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마음에 와 닿는다는 반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사들의 일베 이미지 사고가 한두 번이라야 이런 사과와 다짐도 들어줄 만하다.

KBS2TV <연예가중계>

한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가 반복되면 고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에서 벌어지는 잇따른 일베 파문에 방송사들은 매번 사과의 표현만 늘려갈 뿐 실제로 방송사 구성원들이 진실로 경각심을 가질 만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방송사들의 잦은 일베 파문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경우는 없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정도로 만연한 실수라면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제 방송사들은 사과와 변명으로 일베 파문을 얼버무리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방통심의위 역시 마찬가지다. 방통심의위는 ‘전참시’에 대해 과징금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징금 부여가 방송법상 최고 수준의 법정제재라고는 하지만 그런 정도로 과연 방송사들의 일베 불감증이 치료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반복된 일베 파문에 방통심의위의 소극적인 대처가 한몫했다는 지적에 할 말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베 파문이 발생하는 순간 방송은 흉기가 된다. 묻지마 폭행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사과나 변명으로 매번 무마하고 있다. 앞으로 절대 일베 파문은 없을 것이라는 확실한 다짐을 내놓지 못하는 방송사나 또 일베 파문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예방 조치가 없는 방통심의위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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