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전면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외침이 이어지는 가운데 '땅콩 회항 사건'의 당사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이 한국노총 산하 '대한항공노동조합'으로부터 제명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사무장은 "현 사태에 있어 초점이 절대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에 대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퇴진 요구가 이른바 '노-노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15일 한국노총 산하 대한항공 노조는 노조 규약 위반과 명예 훼손 등을 이유로 박창진 전 사무장의 제명을 결정했다. 박 전 사무장은 18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저희 내부 직원들이 전부 단결해서 현 경영진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이루어져야 됨에도 불구하고 왜 제가 제명 상대가 됐는지 조금 의문스럽다"면서도 "현 사태에 있어 초점이 절대 흐려져서는 안 된다가 명확한 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총수 일가의 전면 퇴진을 촉구하는 시점에서 자신에 대한 노조의 제명이 자칫 '노조 대 노조' 갈등으로 비화돼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경찰 출석 날이었던 지난 1일, 서울 강서경찰서 앞에서 조 전 전무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에는 한국노총 산하 '대한항공노동조합', 민주노총 소속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독립노조인 '대한항공조종사새노동조합' 등 총 3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대한항공 직원 약 1만1000명이 가입돼 있는 한국노총 산하 대한항공 노조는 위원장을 간선제로 뽑고 있으며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일부 직원들로부터 '어용 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화문 인근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대한항공 직원연대'로 이들은 노조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차후 연대의 방식을 온라인상에서의 단톡방 수준이 아닌 조직을 형성해 나갈 생각"이라면서 "직원 연대의 한계를 두지 않고, 연대의 방향을 공감 아래 확장시켜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 캠페인을 벌여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책임을 지지 않는, 월권 행위만을 하는 경영 행태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고 개선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우리 사회 갑질 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 촉구를 목표로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박 전 사무장은 지난 4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광화문 집회 현장에 본사 직원들이 채증을 위해 가면을 쓰고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집회는 직원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쓴 채 진행되고 있는데 본사 직원들 역시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 채증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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