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미는 게스트에 따라 웃음의 크기가 좌우되는 다른 토크 프로그램과는 달리 누가 나오든지 기본 재미를 확실하게 책임지는 견고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은 프로그램의 흐름의 중심이 철저하게 초대 손님이 아닌 진행자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이 치열하게 준비한 질문들을 툭툭 게스트를 향해 던져지고 이것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내용을 엮어 나가지만 이런 큰 그림은 그야말로 큰 그림일 뿐이죠. 라디오스타의 즐거움은 게스트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 사이사이를 치고 나오는 네 명 MC들이 치고받기니까요.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 답변은 대부분 단답형, 혹은 그리 길지 않은 정황 설명이 대부분이죠. 그리고 그렇게 던져진 먹이감에 김구라와 신정환 투톱이 달려들어 말을 덧붙이고 내용을 부풀립니다. 윤종신은 그 위에 살짝 숟가락을 올려놓으며 깐죽거림을 과시하고 그 혼란한 말의 잔치에 관록의 김국진이 슬며시 가세하며 정리하기도 하고 때론 불을 붙이기도 하죠.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묘하게 호흡을 보이며 치고 빠지는 조합은 현재 다른 어떤 예능 프로그램의 MC진보다도 자연스럽고 매끄러워요.
손담비와 애프터스쿨의 세 사람이 게스트로 나온 3주간의 기나긴 방송도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름만 본다면 나름의 무게감을 가진 손님들이지만 이들 중 누구도 토크쇼에서 탁월한 재미를 안겨주었던 적이 없는 위험부담이 많은 이들이었죠. 다른 토크쇼에서는 그저 병풍처럼 다른 이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예쁜 얼굴을 브릿지로 끼워놓는 것으로 활용되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나마도 비중이 있는 손담비나 가희에게 무게중심을 놓고 다른 두 명을 들러리로 삼기가 쉬운 조합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라디오스타의 초점은 오히려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정아와 나나에게 맞추어져있었습니다. 정말로 그들다운 접근방식 이였죠.
매번 끝을 마무리하면서 다음 주에 만나자며 짐짓 낮은 자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라디오 스타의 존재감이 무릎팍 도사와 어깨를 견주기 시작한 것도 오래전 일입니다. 심야 시간 때에 만나는 짧은 시간의 짓궂은 농담거리. 짧은 시간의 방송 시간이 더욱 감질나게 하지만 그런 부담 없음이 자꾸 생각 없이 계속 돌려보게 만드는 마력. 언제부터인지 전 졸린 눈을 부비며 무릎팍도사가 빨리 끝나고 라디오스타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게 되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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