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등장한 김갑수는 의외의 예능감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을 전해주었습니다. 그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진중하면서도 무게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만의 예능감은 솔직함과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왔던 그의 프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 졌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나정도 밖에는 안 된다?
올 초 그는 그가 등장했던 드라마 '거상 김만덕', '제중원', '신데렐라 언니'등에서 모두 죽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며 겹치기 출연으로 김갑수의 등장을 탓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만큼 그를 찾는 피디들도 많았다는 의미이겠지요.
재미있는 건 '제중원'과 '신데렐라 언니'에서 화, 수 연이어 죽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김갑수는 '죽는 배우 전문'으로 낙인 찍혀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무릎팍 도사에게 건네는 질문도 "너무 일찍 죽는 게 아쉽다"였습니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지는 않지만 올 초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등장했던 드라마에서 모두 일찍 죽어버리는 상황은 그를 조기 사망 전문 배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수많은 빵과 에스프레소가 얼마나 좋은데 라며 취해있는 그의 모습은 막걸리에 파전을 선호할 거 같은 모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더욱 자신이 목숨을 걸다시피 한 연기보다도 한때는 미니홈피를 가꾸고 관리하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웃기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트위터를 늦게 시작한 이유가 약정이 끝나지 않은 휴대폰 때문이라며 위약금을 조금물고 바꾸며 트위터를 시작했다며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는 나이든 배우의 모습보다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나이와는 상관없이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많은 것들을 시사해 줍니다.
그도 이야기를 하듯 나이 들었다고 근엄한 척 하는 모습보다는 누구보다 젊게 사는 모습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에미넴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피프티센트를 좋아하다 에미넴으로 넘어갔다는 그의 말에 가식이 아닌 진정성으로 다가왔습니다.
낚시가 아닌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그의 모습은 스스로도 젊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식적으로 자신의 나이와 사회적인 시선에 가둔 채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인간적이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사회는 그들이 만들어낸 틀 속에서 살아가기만을 바랍니다.
그런 가식적인 삶을 버리고 자신의 본 모습을 버리지 않은 채 살아가는 그이 모습은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철없이 나이와 상관없이 성장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함께 사회가 만든 나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그에게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삐쩍 마른 몸과 어설픈 연기로 선배들이 연기를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한번 빠진 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그는 비로소 연기자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님의 침묵'이라는 연극으로 각종 연기상으로 수상했던 그는 이후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으로 영화계에서도 각종 연기상을 휩쓸며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그가 식상한 이미지의 낭비가 아닌 매번 새로운 도전을 선택함으로서 인기 영합이 아니 도전은 그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보도록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연기의 롤 모델이었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의 연기를 배우기 위해 그는 잠깐 동안의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스태프로 참여해 그들의 연기를 분석하고 배우려는 노력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들은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진솔한 방식이라는 것이죠. 정공법이 아닌 어설픈 기교로는 결코 오랜 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음을 김갑수는 자신의 삶 속 이야기를 통해 전달해주고 있었습니다.
많은 후배들에게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 정도 밖에는 안 되었다"는 그의 말은 가식이나 겸손보다는 언제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는 그의 가치관이었습니다. 분량과는 상관없이 다른 존재감으로 배역이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연기를 하겠다는 그의 모습에서는 인기보다는 연기라는 본연의 모습에 충실함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 어떤 죽는 연기라도 과거 자신이 연기했던 죽는 연기와 다르다면 언제든지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그의 모습에서는 진정한 프로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힙합을 듣는다고 젊다는 증거는 아닐 겁니다. 트위터를 사용하고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고 세련된 것은 아니겠지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나정도도 될 수 없다는 말"은 그가 단순히 그의 후배들에게만 건네는 이야기가 아닌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특별함이었습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자신이 꿈꾸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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