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전투에서 극전인 반전을 시작한 국군. 혁혁한 공헌을 세웠던 2중대가 낙동강 도하작전에 선봉에 서게 됩니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공과를 먼저 생각하는 이들과 아군의 안전과 승리를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 간의 대결 구도는 <로드 넘버원>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온 최민수의 존재감

1. 전장에서 극명해지는 두 인물

속도와 안전으로 나뉘는 장우와 태호의 선택은 그들의 삶을 극명하게 갈라놓게 됩니다. 교본에 충실한 철저하게 지휘부의 생각만을 가진 태호로서는 빠른 시간 안에 낙동강을 건너 북진하는 것이 옳다고 하고,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우는 매복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무모하게 도하하는 것은 위험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전투에서 경험만큼 우수한 것은 없다고 막연하게 빠른 도하만이 살길이라 여겼던 태호는 죽음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장우가 예측했듯 덤불 뒤에 매복해있던 북한군에 의해 총격을 받고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갔으니 말이지요. 물에 잔뜩 젖어버린 총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고 그저 죽지 않으려 숨어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 태호와는 달리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빠른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배낭에 돌멩이를 채우고 우비로 무기를 감싼 채 조심스럽게 도하에 성공합니다. 속도가 아닌 안전을 우선해 도하한 그들은 위기에 빠진 부대원들을 구하며 성공적인 작전 수행을 이룹니다.

모든 것이 수월해지는 듯 하던 그들의 북진은 중대장의 부상으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총상을 입고 위기에 빠진 그는 낙오된 북한군의 저격에 의해 숨을 거두게 됩니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부대원들을 통솔하던 중대장은 태호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독립군으로 활동했던 아버지 밑에서 함께 전투를 벌였었던 삼수는 태호 아버님의 죽음을 알렸던 존재이고 어린 태호에게 삶의 가치를 만들어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존재의 부재는 태호에게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지요.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장우와는 달리 교본대로 움직이는 태호로서는 중대장 삼수의 부재는 혼란을 야기할 뿐입니다.

중대장 삼수의 죽음은 주인공인 장우와 태호의 대립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드라마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만듭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하던 중대장의 죽음은 그들의 대립을 더욱 극대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오래된 군생활로 장교를 능가하는 경험을 가진 오종기의 존재는 <로드 넘버원>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오빠를 따라 평양까지 간 수연은 부상 입은 병사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에 환멸감을 느끼게 됩니다. 북한군의 치료가 남한 군보다는 우선되어야만 한다는 그들의 압력과 의사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합니다. 자신에게는 남이든 북이든 피는 똑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들의 논리는 철저하게 자신만을 선택하게 요구하지요.

자신의 피를 뽑아서까지 죽어가는 국군을 살리려던 수연은 끝내 모진 고문까지 당하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하던 장우까지 버리고 병든 오빠를 따라 평양까지 왔던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그녀를 통해 전쟁이 무엇인지 인간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파괴되어가던 수연은 장우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대립적인 북한군에 주요한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는 이 드라마에 국군이 아닌 적군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상황들을 전달하는 형태로 존재합니다. 북진하는 국군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 드라마에서 균등한 시각을 전달해줄 수 있는 존재는 필요하지요.

어설픈 남로당원인 수혁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지는 아직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1950년 6.25 전쟁의 1년을 담은 <로드 넘버원>에서 그의 모습은 부수적인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을 듯합니다. 적대 관계에 놓인 그들의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존재가 수혁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북한군에 속해있는 수연을 통해 시각의 균형을 맞춰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중대장을 잃은 부대는 선임 소대장인 태호에 의해 북진을 계속합니다. 문제는 잘못된 판단들로 부대원들을 위기에 빠트리기만 합니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으로서 정확한 상황 판단은 부대원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음에도 교본과 명령에만 충실한 태호로서는 장우를 능가할 수는 없지요.

더욱 중대장이 죽어가며 마지막 남긴 유언에는 장우가 중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고 그런 중대장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시가전을 치루는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은폐물이 있는 상황에서 화염기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장우와 이와는 상관없이 작전을 수행하라는 태호의 대립은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2. 다시 살아난 최민수의 존재감

가장 남자다우면서도 어른다웠던 중대장의 죽음은 모든 것들을 새롭게 시작하게 합니다. 생사가 불확실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지휘자가 내리는 명령하나 하나는 자신을 따르는 모든 대원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휘자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최민수의 역할은 <로드 넘버원>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최민수 개인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낸 후 그가 선택한 이 작품은 분명 그를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오해와 진실 사이에서 연예인이 가질 수 있는 책임감이 무엇인지 요즘의 연예계를 보면 그의 결정과 모습이 대단해 보일 정도입니다. 유명 영화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폼생폼사로 살아왔던 그의 인생은 수많은 논란 속에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는 없었죠.

마초 같은 그의 이미지는 과격함으로 대변되고 사건 사고의 중심에서 그를 바라보게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밟아온 드라마 배우로서의 위상은 지금까지도 엄청난 족적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죠. 진실과 왜곡 사이에서 무엇인 그를 올바르게 보게 만드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은 특별해 보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너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그의 모습이 기행에 가깝기는 했지만 일을 저지르고 나 몰라라 하거나 뒤에 숨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여느 연예인들과는 너무 다른 그의 모습은 <로드 넘버원>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게 만들었습니다.

강함 속에 부드러움을 숨기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그의 모습은 드라마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더 이상 드라마에서 그를 볼 수는 없지만 최민수의 연기는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오랜 시간의 침묵에서 깨어나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기 시작한 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는 <로드 넘버원>에서 보여준 완벽에 가까운 연기 때문이겠지요.

중대장의 죽음을 바라보며 지휘자의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어떤 지도자이냐에 따라 부대원들의 생명이 존귀하게 다뤄지는지 일회용품으로 사용되는지 결정 나기 때문이지요. 실적과 성과위주로 속도전을 외치며 자신의 부대원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태호와 달리, 속도가 아닌 안정을 최우선하며 부대원들의 생명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장우의 모습은 극명한 차이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전장이 아니더라도 지도자가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국민들의 삶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음은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 속에서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니 말이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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