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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성폭력, 정부가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여건 만들어야"5공 청문회 때 '누가 믿겠나'라는 말에 폭로 못해..."5월만 되면 지긋지긋한 '5월 병' 앓아"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05.15 10:3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980년 광주에서 계엄군이 여성들을 납치해 집단으로 성폭행했다는 증언과 증거자료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국방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지현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동지회 전 회장은 "지금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왔지만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9일 한겨레신문에 5·18 당시 계엄군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해 승려가 된 한 여고생의 사진과 사연을 공개했다. 이 전 회장은 15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89년 5공 청문회가 열릴 즈음 자료 수집 과정에서 여고 1학년이 귀가 중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피해자의 오빠께서 부상자회를 나오셨고, 89년 2월 22일 전라도의 한 식당에서 그 여승과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2017년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유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전 회장은 89년에 이 사실을 알고도 5공 청문회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얘기를 해야겠다고 했더니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이 '아무리 악랄하지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역공을 당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면서 "여승의 뒷모습, 이순자(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대조 시키며 폭로하려고 했는데 하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이 전 회장이 89년 성폭력 피해자 승려를 만나 들은 바에 따르면 80년 5월 19일 여고생이던 승려는 집에 가던 중 공수부대에게 납치 당해 인근 야산으로 끌려가 성폭력을 당했다. 이 전 회장은 "시위 도중 끌려간 것도 아닌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트럭에 실려가서 당했고, 혼자만이 아니라 여자들이 3~4명 더 있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회장은 최근 또다른 피해사례를 들었다며 80년 5월 19일 광주 MBC 옆 '가불탕'이라는 목욕탕에 끌려가 계엄군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한 여성이 80년대 중반 부상자동지회에 이를 신고를 하러 왔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5월 관계자들은 5월만 되면 지긋지긋한 5월 병을 앓는다. 저희는 지금까지 첫째 진상 규명, 둘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왔으나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며 "이번에 제대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얘기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14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로 했다가 현장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배 일정을 취소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까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어느 정부도 믿지 못한다. 그냥 언론에 보도되기 위해 일회성으로 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내려오기 전에 정말로 그러한 충분한 것들이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이 광주에 내려오기 전 5·18 유족 등 광주 시민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진정성을 보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5·18 민주묘지 입구에서는 시민단체 등이 서주석 국방부 차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서 차관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5·18 청문회 대책특위 '5·11 연구위원회'에 참여한 바 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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