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 사신의 도착은 옥정에게는 환희를 동이에게는 절망이었습니다. 세자 고명은 옥정이나 그녀를 둘러싼 무리들에게는 무한한 힘을 전해주는 일이 될 것이고, 동이와 그녀와 함께 하는 이들에게는 진실이 그대로 묻히는 것을 지켜봐야만 합니다. 진실은 지켜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던 동이에게는 난감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동이vs옥정 마지막 승부는 이제부터다

청국 사신들의 도착에 환호를 보내며 깨방정을 부리는 희재와 그런 오라버니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옥정은 <동이> 시작하고 가장 큰 웃음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해 보였지요. 험난했던 파고를 넘어서 마침내 가지게 된 완벽한 권력의 힘을 그들은 그렇게 자축하고 있었습니다.

남인 역시 그들과 함께 희희낙락할 수밖에 없었고 폐위된 중전이 다시 궁궐로 들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서인들에게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세자고명이 되면 더 이상 폐위 사실이 뒤집어질 일이 없을 테니 말이지요. 이는 정치구도에서 남인에게 완벽하게 밀려나 전멸에 가까운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진본 등록유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옥정의 세자고명이 받아들이는 상황에 직면한 동이는 황망하기만 합니다. 진실이 왜곡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상황에서 그녀가 허탈해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아쉬움이지요. 그대로 진실이 묻혀서는 안 된다며 등록유초를 숙종에게 가져가려던 동이에게 서종사관은 중요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이제 더 이상 천상궁은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하는 이들의 생명까지도 위급한 상황에 몰릴 수 있음을 알아야만 합니다. 저희를 믿고 맡겨주시지요."

혼자 모든 것들을 해결해야만 했던 동이는 이제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녀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 함께 있기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함께 문제를 풀어간다면 당연히 좋은 해법을 찾을 수밖에는 없음은 자명한 일이니 말이지요. 더욱 이미 숙종의 마음은 동이에게 돌아선 이후이니 공명정대하게 모든 일을 처리한다고 해도 무게 중심이 동이에게 쏠릴 수밖에는 없는 법이지요.

세자 고명이 옥정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두려움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은 오래지 않았습니다. 가짜 등록유초로 자신을 능멸했다는 청국 사신의 말에 기겁하게 된 희재는 진본을 찾아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청 사신의 "만약 진본을 건네지 않는다면 숙종에게 등록유초를 빌미로 세자 고명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고 하겠다"는 협박은 두려움을 넘어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문제의 해법을 찾아 나서게 되고 천하무적 동이를 잡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브레인인 옥정은 탁월한 해법을 내놓습니다.

과거가 모두 사라져 버린 동이 때문에 그 어떤 공격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그 문제가 언급되며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방법. 이를 통해 자신이 자혜롭고 인정 넘치는 여인으로 숙종에게 포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내명부의 수장인 자신이 숙종이 사랑하는 여인 동이에게 '후궁첩지'를 하도록 요구하는 겁니다.

후궁이 되기 위해서는 동이의 과거가 소상하게 밝혀져야만 하는 것이고 이는 곧 동이에게는 위기가 될 수밖에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최선의 방어는 공격임을 옥정은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지요. 동이에게는 가장 커다란 아킬레스건을 절묘하게 건드리는 옥정으로 인해 위기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궁으로 들어섰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황들은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자신이 검계 수장의 딸이었다는 사실은 모든 것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솔직하게 밝힌다고 해도 역적으로까지 몰렸던 아버지의 과거가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숙종 역시 동이가 말하지 못하는 과거가 있음을 알고 서종사관에게 그녀의 과거를 알아봐 달라 합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오봉산 벼랑바위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건네며 동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려 합니다. 당연하게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했었던 검계 사건임을 직감하게 되며 옥정이 던진 '후궁 첩지'는 <동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서종사관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검계 수장. 서종사관이 가장 믿고 의지했던 인물이 검계의 수장이었고 그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은 그를 절망으로 빠트렸었지요. 동이가 아버지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궁으로 향했듯 서종사관 역시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해 궁으로 왔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지금까지 왔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그들은 진실 앞에서 적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억울함 죽음을 공유하고 있는 동이와 서종사관이 그 억울함을 모두 풀어낸다면 옥정은 절망 속으로 떨어질 수밖에는 없게 되는 것이죠.

'후궁첩지'는 옥정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지만 동이에게는 모든 억울함을 풀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진실은 승리할 수밖에는 없다는 진리를 <동이>는 보여줄 수밖에는 없지요. 남인들이 자신들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검계를 이용했음은 자연스럽게 밝혀질 수밖에는 없고 이는 곧 남인의 몰락을 가져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옥정은 우월한 위치에서 동이의 몰락을 기대하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그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진실이 밝혀지는 상황은 극적인 반전을 예고하고 있지요. 완벽한 왕의 여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고비에 올라선 동이에게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억울한 죽음과 명예까지 회복할 수 있는 옥정의 '후궁첩지'는 결과적으로 동이를 도와주는 역할만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얽힌 문제를 풀어내는 해법이 될 수밖에 없는 옥정이 내린 '후궁첩지'로 인해 <동이>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왕의 여자가 된 동이의 모습이 펼쳐질 것으로 보여 집니다. 천진난만해서 천하무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가 국모가 되어 후대 왕의 어머니로 살아가는 과정은 벌써부터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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