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희빈을 보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빛과 그림자 중 그림자의 운명을 타고난 여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 것도 없는 자에게 점점 뺏겨가며 결국 몰락하게 되는 여인.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다면 정당하게 맞서지 말고 술수를 써라"는 도인 김환의 충고대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욱 독해질 수밖에 없는 여인.

몰래 시리즈, 장희빈 뒷통수 치기

하지만 제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깝게 생각이 되는 것은 정말 도움 안 되는 장희빈의 주위 사람들인데요. 물론 충성심 하나는 끝내줍니다. 그런데 그런 과한 충성심이 장희빈을 위기로 몰아가는데요. 장희빈으로서는 정말 답답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장희빈이 후궁이 되기 전 재입궐 시절부터 그래왔는데요. 승은상궁이지만 아직 왕자를 보지 못하고 있는 장옥정을 위해 어머니 윤씨는 회임에 좋은 약재를 장옥정에게 얘기하지도 않고 몰래 반입하다가, 어떡하면 장옥정을 다시 궁궐에서 쫓아낼까 고민하던 명성대비와 서인들의 계략에 의해 중전을 시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기도 합니다. 이 때 동이에 의해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긴 했지만, 어머니 윤씨의 그런 무지함으로 뒷통수 제대로 한번 맞았죠.

그리고 장희재 역시 장희빈의 아들이 원자책봉을 함에 있어 명성대비가 걸림돌이 되자, 몰래 명성대비를 시해하려는 계략을 꾸미는데요. 이것이 동이에 의해 들통이 나면서,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처하게 됩니다. 결국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장희빈이 계략을 써서 모든 죄를 중전에게 뒤집어씌움에 따라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운명의 상대인 동이와 갈라서게 되는 계기가 되어 버렸죠.

또 어머니 윤씨는 동이가 승은상궁으로 들어온 것에 앙심을 품고, 이번에도 장희빈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몰래 분전상인을 포섭해 궁궐 내 궁녀들에게 납 성분이 많이 들어간 연분을 몰래 공급하면서 궁녀들 사이에 괴질이 걸리도록 유도하는데요. 세자에게도 가볍게 괴질을 앓도록 하면서, 동이가 괴질을 퍼뜨려 세자를 해하려한다는 누명을 씌우려 합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눈치 챈 장희빈은 계략을 써서 숙종이 동이를 믿는 마음을 흔들어 놓는데 이용하는데요. 결과는 그렇게 동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쥐락펴락 했지만, 만약 장희빈이 그것을 모른 채 가만 두었다면 동이가 장희빈 처가의 짓이라는 것을 밝혀내서 큰 곤욕을 치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장희빈의 오라비가 장희재가 아닌 차천수였다면?

이렇게 과한 충성심으로 장희빈 몰래 무언가를 하려다가 잘못되면서 장희빈이 뒷통수를 맞고 뒤늦게 수습에 나서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는 것뿐만 아니라, 과정은 접어두고도 결과적으로 무슨 일 하나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없는데요.

장희재는 명성대비를 시해하려는 계략이 동이에게 발각되자 내수사에서 돈을 빼돌려 의원을 포섭하는데 사용하고, 인현왕후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시전의 상단에서 거짓 환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요한 동이에 의해 그것이 밝혀지고 동이는 증인으로 상단의 서기를 확보하게 되는데요. 그것을 안 장희재는 부하를 시켜 증인을 데리고 이동하는 포졸들을 습격하지만, 정작 서기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나중에 동이에게 휘둘리기도 합니다. 결국 서기는 그 때 습격으로 목숨을 잃어 장희재의 짓임을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모든 죄를 인현왕후에게 뒤집어씌우고 폐비로 만들어 버리긴 했지만, 증거만 없을 뿐 동이에게는 모든 계략이 들통 나면서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숙종이 동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장희빈은 장희재를 시켜 동이를 없애버리도록 하는데요. 마침 장희재가 내수사에서 돈을 빼돌려 의원을 포섭하고 입막음 하는데 사용했다는 것을 눈치 챈 동이였기에, 내수사에 불을 지르고 동이를 죽이려 사람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도 살수들이 여자인 동이 하나 해치우지 못하고 상처만 입힌 채 놓쳐버리고 마는데요. 결국 시간이 지나 동이는 한양으로 다시 돌아오고, 그것도 막지 못한 채 숙종과 재회를 하게 됨에 따라 동이는 숙종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얘기하면서 숙종에 대한 장희빈의 신뢰는 바닥을 치게 됩니다.

의주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사라진 동이를 우연히 잡게 되지만 빨리 죽이지 않고 질질 끌다가 결국 심운택의 도움으로 놓쳐버리고, 등록유초까지 빼앗기면서 가짜 등록유초를 청국 사신에게 전해주게 됩니다. 결국 세자 고명을 가지고 온 청국 사신은 장희재를 불러 진짜 등록유초를 가져오지 않으면 그런 거래를 했었다는 것을 숙종에게 밝히겠다고 협박을 하고, 장희빈은 자신에게 있어 마지막 꿈이었던 세자 고명을 앞두고 또 다시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사실은 또 동이가 모두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록유초 원본까지 가지고 있음에 따라 장희빈은 참 답답한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장희빈의 사람들은 매번 장희빈 몰래 계략을 꾸미다 일이 잘못되면서 장희빈에게 뒷통수 때리고, 장희빈이 시킨 일 하나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위기의 순간에서 가까스로 넘어가지만 그것이 또 다른 위기의 순간을 만들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참 안타까운 상황을 만드는데요. 물론 상대가 천하무적 동이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장희빈은 그런 자신의 사람들 때문에 정말 답답해 미쳐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장희빈의 곁에 장희재 대신 차천수같은 사람이 한명만 있었어도, 도인 김환이 얘기한 빛과 그림자는 서로 뒤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P.S> 그나저나 저는 그동안 동이를 보면서 특히 승은상궁이 된 이후에는 천상궁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면 상당히 찝찝했는데요. 드라마 초반부터 도대체 원래 성씨인 최씨를 어떻게 되찾게 될까 정말 궁금했었습니다. 암튼 이제 34회부터 본격적으로 동이가 후궁의 절차를 밟으며 동이의 과거가 밝혀지고 그 와중에 자신의 본래 성씨인 최씨를 다시 되찾게 되면서, 그동안 쌓여있던 미해결 과제들이 함께 해결이 될 듯 한데요. 그렇게 최효원에 대한 서용기의 오해, 검계의 누명까지 모두 밝혀지게 되겠지요. 제발 작가가 동이가 어릴 적 남인들 사이에 주고받던 손 암호에 대한 숨겨진 의미를 묻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