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재앙’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자원봉사로 회복될 수 있을까. 냉정한 소리 같지만 자원봉사만으론 ‘태안의 재앙’이 해결되지 않는다. 온정을 잠시 걷어내고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자원봉사는 태안지역민들의 생계를 해결할 수도 없고 막대한 피해에 따른 보상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자원봉사는 위로의 의미를 담고 있을 뿐이다.

자원봉사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태안의 재앙’ 해결 못해

그렇다고 자원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이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자원봉사의 손길만으론 ‘태안의 재앙’은 여전히 재앙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자원봉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강조하려는 핵심은 이런 것이다.

▲ 중앙일보 12월26일자 13면.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규명을 통해 해양오염에 따른 피해와 지역주민의 생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고원인과 책임규명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생태계 파괴와 지역주민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비용부담이 필수적이다. 비용부담의 원칙과 사고원인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원봉사의 손길만을 강조한다.

오늘자(27일) 한겨레가 사설을 통해 지적했지만 “온국민의 시선이 오염과 방제에 쏠린 사이, 사고 선박 관계자들은 항해일지 조작 등 책임 회피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설의 근거는 한겨레가 지난 26일자 9면에서 보도한 <삼성중공업 예인선 ‘항해일지 조작’>이라는 기사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유조선과 충돌해 국내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의 항해일지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충남 태안해경은 25일 예인선단 사령선인 ‘삼성T-5’호 선장 조아무개(51·구속)씨가 사고 경위 등을 은폐하기 위해 항해일지를 거짓으로 기록한 사실을 밝혀내고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12월26일자 9면.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삼성중공업…‘태안의 재앙’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이미 이 공간을 통해서 지적했지만 서해안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만든 이번 기름유출 사고의 책임으로부터 삼성은 어찌 됐든 피할 수가 없다. 이번에 유조선과 부딪힌 예인선 ‘삼성 T-5호’가 삼성중공업 소속이라는 점 그리고 사고원인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직원 1000명을 태안지역에 보내 방제작업을 돕는 등 자원봉사에 열을 올리고는 있지만 아직 회사 차원의 공식사과는 물론이고 보상에 관해서도 어떤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물론 사고원인을 두고 유조선측과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했을 경우 이후 진행될 소송에서 삼성에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판단을 했을 법도 하다.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삼성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도 이번 사고원인과 책임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는 대다수 언론의 ‘행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사고원인은 커녕 이번에 유조선과 부딪힌 예인선 ‘삼성 T-5호’가 삼성중공업 소속이라는 점 자체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태안의 재앙’과 관련해 대다수 언론의 화두는 첫째도 자원봉사요 둘째도 자원봉사, 셋째도 자원봉사일 뿐이다.

이번 사고원인과 책임문제에 무관심한 언론

▲ 한겨레 12월27일자 사설.
오늘자(27일) 한겨레 사설 <‘오염자 부담’ 원칙 철저히 지켜야>를 주목한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한겨레는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 때의 엉터리 복구·징벌·보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언급한 다음 “당국이 서둘러 생태계 회생 및 피해보상 등 사고처리 원칙을 정립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오염자 부담원칙’이라는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다음과 같다.

“오염자 부담 원칙은 1970년대부터 환경정책의 기본이 됐다. 실효성 효율성 도덕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 이제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삼성중공업 등의 책임을 가려내, 생태계 회생비용과 지역주민 보상 책임을 모두 지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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