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유독 '징크스'로 울고 웃은 적이 많았습니다. 하나의 속설, 징크스로 이어져 온 것이 조금씩 위력을 발휘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번 월드컵은 징크스가 다수 깨진 대회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최초 대회인 1930년 월드컵부터 이어져 온 징크스가 깨졌는가 하면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던 것도 모두 속절없이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몇몇 징크스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징크스가 생겨나면서 축구팬들을 흥미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월드컵에서 깨지고, 그대로 위력을 발휘한 징크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블로거는 지난 달, 월드컵을 앞두고 징크스에 관한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 글: http://blog.daum.net/hallo-jihan/16158212) 이 글을 토대로 깨진 것과 지켜진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월드컵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이 골로 스페인은 징크스 여러 개를 깼다. ⓒ연합뉴스
이번 월드컵에서 깨진 것

일단 이번 월드컵에서는 진작에 '전대회 4강 진출팀 가운데 한 팀이 다음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깨졌습니다. 우승팀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모두 본선에 올랐죠. 하지만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세 팀은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내 징크스 약발이 다 된 것은 아님(^^;)을 보였습니다.

1930년부터 80년동안 이어진 개최국 2라운드 진출 징크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깨진 대표적인 징크스입니다. 개최국 남아공은 1승 1무 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도 조 3위에 그쳐 예선 탈락했습니다. 이로써 남아공은 사상 처음 불명예 기록을 남기며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스페인의 우승은 징크스 여러 개를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우선 비유럽 국가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팀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깨졌습니다. 그동안 이 사례는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어 '불멸의 징크스'로 남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많았고, 8강전까지 남미가 강세를 보여 또 한 번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이 보기 좋게 깨면서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1950년부터 이어진 유럽-남미 교차 우승 징크스 역시 깨졌습니다.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우루과이마저 4강에서 네덜란드에 패하면서 남미의 우승 기회는 다음 2014년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그밖에 스페인의 국제 대회 징크스 역시 유로에 이어 이번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완전하게 깨지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 '8경기 100% 적중'이라는 경이적인 적중률을 선보인 독일 문어가 새롭게 주목받았다. ⓒFIFA
이번 월드컵에서 유지된 징크스

반면 힘을 발휘한 징크스도 있었습니다. 우선 매 대회마다 악명을 떨친 '펠레의 저주'가 대표적이었습니다. 그가 우승할 것으로 예측했던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은 모두 우승에 실패해 '저주 위력'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결승전 예측을 적중하면서 그나마 체면치레했지만 잉글랜드, 나이지리아 등 그가 지목했던 팀 모두 부진한 성적으로 탈락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 대회 우승팀이 부진한 성적을 낸다는 징크스 역시 이탈리아의 조별 예선 탈락으로 빛을 유지했으며, 전년도 FIFA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가 다음 해 월드컵에서 부진한다는 징크스 역시 메시가 무득점으로 이번 대회를 마치면서 힘을 발휘했습니다. 또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광고 모델로 출연한 선수가 월드컵에서 오히려 부진한다면서 지난 독일월드컵에서 입증됐던 '나이키의 저주'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디디에 드로그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프랑크 리베리, 웨인 루니 등이 부진하면서 '장기 징크스'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반면에 '기분 좋은 징크스'도 유지된 것이 많았습니다. 우선 한국 축구의 '교차 선전 징크스'는 한국 축구팬들을 매우 즐겁게 했습니다. 1986년부터 이어진 이 징크스는 이번 대회에서 잘 하면 다음 대회에서 못 하는 식으로 성적과 경기 내용이 왔다갔다 하는 징크스였는데요.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뤄내면서 기분 좋게 이어나갔습니다. (다음 월드컵에는 이 징크스가 깨지기를 바라겠지만 말이죠 ^^) 또 개최국 남아공이 16강에는 못 올라갔지만 개막전 무패 징크스는 이어갔으며(멕시코와 1-1 무승부), 독일 역시 1954년 이후 15회 연속 8강 이상 성적을 내면서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다시 주목받은 다양한 징크스들. 특히 100% 예측 적중률로 주목받은 '독일 문어' 파울(Paul) 때문에 동물을 활용한 징크스도 새롭게 조명됐습니다. 다음 브라질 대회에서는 어떤 것이 다시 지켜지고, 또 깨지게 될 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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