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KBS <폭소클럽> '응급시사, 나이트 클럽을 살려주세요' 코너의 한장면이다.

섭외력이 최고다. 두명 모으기도 힘든 대선후보들을 모두 한자리에 앉았다. 더구나 특종이 쏟아진다. 현직 대통령부터 당선자, 대선에서 떨어진 후보들의 속마음을 모두 들을 수 있다.

바로 KBS <폭소클럽>이다. '응급시사' 코너는 매주 다른 직업을 배경삼아 정치풍자의 재미를 톡톡히 전해주고 있다. 이번주는 나이트클럽을 배경으로 삼았다.

이런 종류의 코미디는 정치현안을 모르면 웃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으나, 몇달동안 대선으로 정치공부를 열심히 해서 인지 웃음의 포인트를 따라잡기 쉬웠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재미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걱정안해도 될 것 같다. 현 정치상황으로 짐작해 본다면 적어도 총선 끝날 때까지는 기대해도 될듯하다.

누가 나왔는지를 보자. 이름에도 센스가 넘친다. 영어나 한글을 적절하게 변형해 재미를 주기도 하고, 정치인의 현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명회장'이 됐다. 전국나이트클럽협회 회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업가 이미지에도 들어맞았다. 요즘 머릿속에는 '나운하'(나훈아) 생각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정동영 후보의 이름은 '동영상'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살기 위해 중간에 'BBK'로 이름을 바꿨다. 나이트클럽 홍보전략으로 '특껌'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이회창 후보는 '창창창'이다. 이날은 앞으로 기본안주를 12가지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문국현 후보는 'Mr.문'이라는 명함을 가슴에 달고, "우리 부킹, 푸르게 푸르게"라고 말하며 휴지만 계속 뽑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던 허경영 후보도 당연히 나왔다. '헛경영'이란 이름으로 나온 그는 부킹한 커플이 결혼을 하면 남녀 각각 5천만원씩 준단다.

이인제 후보의 이름도 재미있다. 웨이터 이름이 'NOW'다. 영어로 '인제(이제), 지금'을 이야기한단다. '인제' 후보로 안나오고 독자적으로 대리운전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의원은 '박그네'다. 의견을 '바꾸네, 안 바꾸네'할때 그 '바꾸네'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도 '노회장'으로 나왔다.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사들이 곱씹을수록 재미난 것들이 많았다. 코미디언들의 성대모사 능력도 뛰어났다.

다만, 박근혜 의원을 두고 펼치는 코미디는 위험해보인다. 명회장이 박그네의 손을 잡고 얼굴에 비벼대기도하고, 헛경영과 창창창이 박그네를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을 벌이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이런식의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다시 진짜 뉴스들을 보자. 이상하게도 방송사 메인뉴스들에는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이미 본 뉴스를 다루기 때문만은 아니다. 코미디언들과 다르게 점잖게 뉴스를 진행해서도 아니다. 궁금한 뉴스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가 할말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폭소클럽>을 보면서 허전한 속마음을 달래야겠다.

아울러 연말이라 송년특집이 넘쳐난다. 기대에 차서 방송을 보면 제목만 바꿨을 경우가 많다. 뉴스도 송년특집으로 하루쯤은 코메디언들에게 진행을 맡겨도 될 것같다. 요즘 아나운서들 예능프로그램까지 하느라 바쁘지 않나. 서로 기회를 주자.

본방송을 놓쳤다면 KBS 홈페이지(http://www.kbs.co.kr/2tv/enter/poksoclub2/index.html)를 찾자. 코너별로 따로 볼 수 있으며 다시보기는 '유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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