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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시대의 지역방송 무용론, 해법은'지역' 없는 지역방송....지상파나 케이블이나 내부 개선이 우선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05.14 11:17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발의한 개헌안에는 이같은 문구의 '지방분권국가 선언'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지방분권시대'를 천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권한이 강화되는 지방정부의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하는 지역방송의 실태는 어떨까.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세미나에서는 '지역분권시대 지역방송의 공적 책무와 지역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학계 인사들의 토론이 이뤄졌다. 안차수 경남대 교수의 사회로 이상기 부경대 교수, 김연식 경북대 교수의 발제가 이뤄졌으며 토론자로는 강명현 한림대 교수,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희경 성균관대 교수, 이만제 원광대 교수, 최용준 전북대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중앙이슈에 함몰된 현 지역방송의 운영 실태로는 지방분권시대에 지역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이를 위한 해결책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놨다.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세미나에서는 '지역분권시대 지역방송의 공적 책무와 지역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학계 인사들의 토론이 이뤄졌다. (왼쪽부터) 최용준 전북대 교수, 이만제 원광대 교수, 김희경 성균관대 교수, 김연식 경북대 교수, 안차수 경북대 교수, 이상기 부경대 교수, 강명현 한림대 교수,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중앙 이슈에 함몰된 지역방송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상기 교수는 "지역방송에 있어 지역민은 방송소외계층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지역방송을 하기보다는 단순히 '중계소'로서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상파는 지역 실정에 맞게 지역방송 시간대를 운영하고 있고, 주시청 시간대에 지역방송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점차 심야, 한낮, 새벽 등 시청률 사각지대로 지역방송 시간대가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역방송이 지역에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민의 관점에서 필요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지역방송의 편성권 독립을 강조하고, 그 일환으로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 설립과 KBS의 경우 '수신료 지역할당제'를 제안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김연식 경북대 교수는 이른바 '내부식민지 이론'을 언급하며 중앙과 지역의 불균형이 방송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 국가 내에서 중심과 변방을 나눠 중앙이 지역을 수탈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그것이 방송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면서 "(지역방송을 통해서는)시의원, 구의원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알수가 없다. 시장이나 지사의 얘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역 지상파방송의 광역화에 의해 내부 식민지화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례로 2011년 진주 MBC와 마산 MBC가 경남 MBC로 통합되면서 서부-경남(진주) 지역 뉴스가 동부-경남(창원)지역의 뉴스에 비해 단신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MBC 경남, 진주 KBS 소속기자의 수가 각각 6명, 2명인 점, 지역 지상파의 신입사원 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지역 지상파방송들이 지역의 소식을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방송 활성화, 지역 케이블 채널이 해답?

김연식 교수는 이같은 지역 지상파 방송의 문제를 지적하며 케이블 지역채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지상파 방송에 비해 이미 질적-양적으로 지역의 소식을 잘 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부 토론 패널들은 케이블 지역채널에서도 지역 지상파처럼 광역화와 투자의 문제가 나타나는 점을 지적하며 지원 이전에 지역채널의 자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연식 교수는 "케이블 SO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방송법에서 지역채널을 지역방송으로 인정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블 SO는)분권형 지역사회에 적합한 시사보도 기능이 가능하다"며 "지역 지상파, 지역신문과의 경쟁을 통해 건강한 지역 미디어 생태계 유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명현 한림대 교수는 "지역 지상파 방송이 광역화되면 물리적으로 지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케이블"이라면서도 "다만, 시장 논리에 의해 MSO도 광역제작을 해 지역성이 떨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MSO에 적정한 권역설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지역채널이 지역 지상파에 비해 지역성을 살린 방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 논리에 의해 광역화되면 지역 지상파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용준 전북대 교수도 케이블 지역채널이 "본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지원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 교수는 "지난 5년 간 지역채널 뉴스를 분석한 결과 지역채널은 뉴스거리가 없다며 광역화 하고 있다"며 "내부 식민지를 또 만들고 있다. 도청, 시청에 들어가 브리핑 자료 받아오는 지상파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역채널의 제작투자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전주 케이블 방송의 경우 1년에 300억 원을 회수하는데도 그중 10% 정도만 제작비로 사용하고 있다"며 "MSO는 더 이상 투자하지도 않고, 콘텐츠도 못 만들면서 생색을 내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어부지리 하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투자하길 바란다"고 케이블 지역채널 사업자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역방송 활성화는 방송사의 내부 개선부터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제도나 투자여력이 개선된다고 해도 지역방송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방송사 내부의 반성과 비전제시가 활성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지금은 구태여 시청자들이 TV를 보지 않아도,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뭐든 볼 수 있다. 과거처럼 매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본다"며 "시청자들을 잡기 위한 내부 경쟁력 강화 말고는 대안이 없어 보이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보도국 인력을 증원하면 보도기능이 활성화될지도 의문이다. 보도 인력은 출입처를 통해 프로그램을 하고, 인력이 늘어난다고 해도 지역 정부의 이야기들을 좀 더 깊이 알려주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결국 내부를 어떻게 일으켜 세우는가가 출발점일 것이다. 그러려면 내부 논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지역언론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보호 받을 때 반성을 통해 자생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부적 요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만제 원광대 교수도 "지역방송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역방송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 과도한 평가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뉴스원인 지방정부 등은 그 자체로 홈페이지, SNS 등 미디어를 다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지상파방송과 지역채널의 지역언론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역언론은 지역 정책을 전하기 위해 뉴스거리를 쫓아다니며 보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OTT·모바일이 수행하지 못하는 탐사저널리즘의 역할 등을 지역분권 확장 과정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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