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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패싱 외치더니 ‘북미정상회담’도 문 대통령이 좌우했다?[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8.05.12 11:12

작년 야당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외교 문제를 공격했다. 그때 등장했던 단어가 문법 논란까지 동반했던 ‘코리아패싱’이었다. 문법도 틀렸고, ‘코리아패싱’도 없다는 것이 미국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북미정상회담도 날짜와 장소가 확정되었다. 6월 12일 싱가포르. 

그러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이 한국의 지방선거에 맞춰 결정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홍 대표는 11일 열린 ‘6.13 지방선거 경북 필승결의대회에서 “얼마나 북한과 문재인 정권이 지방선거 전에 정상회담 해달라고 사정했겠느냐. 나는 지방선거 후에 미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어떤 경로와 근거로 북미정상회담의 날짜를 지방선거 후로 확신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11일 오전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북필승결의대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반응은 홍 대표만은 아니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방선거 직전에 미북정상회담이 확정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다"고 했다. 비난을 하는 것 같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외교능력을 칭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 대표의 주장이 황당하지만 그대로 인정한다면 홍 대표는 유례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 년 전 북한 문제에 있어 ‘코리아패싱’ 즉 외교적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말에 대한 자진납세형식의 칭찬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회담 날짜를 결정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남북정상회담도 그 자체로 우리에게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북미정상회담은 그 이상의 이벤트이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경제로의 대전환이 시작될 수도 있는 21세기의 대형 이벤트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같은 일을 벌이는 이유는 전적으로 자신과 미국을 위한 결정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회담 결과가 우리에게 평화와 번영이라는 결과물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밖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철저하게 자신의 정치적 로드맵에 따라 세밀하게 회담을 조정해왔다고 봐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날짜를 정한다는 것은 미국의 이익보다 앞선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터무니없지만 이래서 홍 대표를 문재인 대통령 인기의 일등 조력자라는 말이 떠도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정치공세를 펴나 싶던 홍 대표는 그러나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과 2009년의 천안함 사건을 언급하면서 “남북관계는 선거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선거의 결정적 요소는 민생”이라면서 “문재인 정권 1년 동안 살림이 좋아졌느냐. 그것이 선거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고도 말했다.

악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선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선거 전에 발표되는 여론조사들이 대략의 결과를 예상케 해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이고, 근래에 선거 여론조사가 잘 맞은 적도 별로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시대를 단지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홍준표 대표와 야당들의 논리에는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젊은 층들이 기차 타고 유럽 가자는 등의 발상에 낭만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오만이다. 안보세대의 통일비용 주장에 분단비용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실용주의자 젊은이들이다. 그런 세대 특성을 모르고 과거로부터 이어온 구호에 그칠 뿐인 전략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은 지금은 몰라도 미래에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남한은 3면의 바다와 1면의 군사분계선에 막힌 섬이나 다름없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북한의 경제개방은 남한에 무한한 발전을 약속해줄 수 있다. 오랜 적대로 인해 의심을 풀기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 거대한 기회를 놓아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평화는 선거용도 아니고, 이념 문제도 아니다. 평화만큼 민생의 근본이 되는 것은 없다. 남북정상회담부터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의 대응은 이런 모든 것들을 '위장쇼'라는 폄하로 일관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모를 바 아니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이념공세는 낡은 보수의 초라하고, 무력한 모습만 드러낼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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