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문서로 있진 않겠지만 제가 겪었던 사례를 봤을 때 방송인 김미화 씨의 말에 상당히 근거가 있지 않겠나 생각해 의견을 개진했던 것뿐이다. 왈가왈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KBS가 확전시킨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공공의 명예를 위해 맞대응하게 됐다. (본인의 교체와 관련해)KBS는 ‘사실무근’이라며 제작진이 참여하는 편집회의를 통해 연초를 맞아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유창선 시사평론가>

▲ 12일 민언련,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한 'KBS 블랙리스트 파문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토론회의 모습ⓒ권순택

방송인 김미화 씨의 ‘블랙리스트’ 언급에 대한 파문이 커진 가운데 유창선 시사평론가의 주장이다. 진실게임에 접어든 KBS ‘블랙리스트’ 논란은 잦아들 줄 모른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KBS 블랙리스트 파문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토론회에서 “방송관계자 및 PD 입을 통해서 생생히 들었던 상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불과하다”며 “100%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김미화 씨의 ‘블랙리스트’ 언급 파문이 일자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2009년 1월 고정출연 중이던 KBS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담당 PD에게 교체이유를 묻자, 담당PD는 ‘자신도 의아해서 오히려 국장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교체를 지시한 국장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고 답했다며 "성대경 라디오1국장 등 윗선에서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2일 블로그를 통해 "홍승철 담당PD가 지난 9일 윗선으로부터 ‘바꾸라’는 통보를 받았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모른다”고 말했다는 2009년 1월 19일자 <경향신문> 보도를 근거로 제시했다.

▲ 유창선 시사평론가ⓒ권순택
토론회에서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적어도 (이명박 정부 들어) KBS 윗선에서 몇몇 인사들에 대해 출연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시가 있어왔고 그것이 내부의 불문율처럼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KBS 안팎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을 왜 KBS 사측만 몰랐다고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KBS가 고소(김미화, 진중권, 유창선 씨)하겠다는 모습을 보면서 김종익 씨의 민간사찰 사례가 떠올랐다”며 “국가권력이 평범한 개인을 상대로 어떻게 파탄에 이르게 했는지를 목격했는데 KBS라는 거대 미디어권력이 한 개인을 상대로 무모한 소송을 하는 것이 이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100% 사실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승리를 확신한다”며 “이번 계기로 KBS의 코드방송을 청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상윤 KBS PD 역시 “수소문해봤지만 블랙리스트가 문건으로 존재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2년 전만 해도 KBS에서 접할 수 있었던 진중권, 정관용, 유창선, 문성근, 백병규, 김종배 씨 등이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며 “명백한 가이드라인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가이드라인의 1원칙은 정권의 유불리”라고 지적했다. 정권에 유불리를 둔 가이드라인이 작동해왔다는 뜻이다.

현상윤 PD는 “그러나 다행인 것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KBS의 상식조차 벗어난 행태에 대해 분노하고 치욕감을 느끼는 내부 구성원들이 있고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끌려가고 짓밟히고 있지만 내부에 온전히 살아있다. 분노의 행태를 공유하는 것이 미래 KBS의 희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KBS의 ‘블랙리스트’ 논란은 텍스트가 아닌 컨텍스트, 맥락 자체를 봐야 한다”며 “그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라는 최시중 씨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된 후 권력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고 있고 방송인들에 대한 김제동, 윤도현 씨 등 유무형의 가이드라인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경우 ‘블랙리스트’는 비단 KBS에만 있던 것이 아니라 MBC의 손석희 교수도 넓은 의미에서 같은 맥락에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KBS 내부 양심고백은 가능할까?…법률적 검토는?

이날 토론회에서는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KBS 내부 고발 및 양심고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적어도 제작현장에서 느꼈던 PD나 작가들이 몇 가지 사례만 증언하면 게임이 끝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KBS 내부에서의 양심고백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KBS가 김미화 씨를 비롯해 진중권 전 교수와 유창선 시사평론가를 고소한 것은 좌충수가 될 것”이라며 “검찰조사 및 소송과정에서 다양한 참고인들의 증언을 채취하다보면 무형의 지침이 안 드러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사무처장은 “슬픈 일이지만 KBS구성원들을 더 부끄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KBS 구성원들이 김미화 씨로 촉발된 블랙리스트의 문제를 권력에 의해 장악된 공영방송의 치부라기보다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문제로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의 불이익을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공영방송에서 월급을 받고 다니는 분들을 위해 국민들이 수신료를 내는 것이 아니다. KBS라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한번 쯤 생각하고 행동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피해를 직접적으로 감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며 “그래서 한 개인의 양심고백이 부담이라면 KBS PD협회나 내부의 자체적 조사와 외부와의 협력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명옥 변호사는 “김미화 씨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김미화 씨 사건 등 KBS에서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한다던지 출연자들을 통제한다는 것은 공영방송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공공적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파문은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도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건”이라며 “김제동 씨에 대한 KBS 퇴출 당시 한나라당 조차도 비판을 했었다. 때문에 김미화 씨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없다. 국가가 질 것이 뻔 한 소송”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이날 사회를 본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KBS 내 ‘블랙리스트’ 문제를 두고 ‘진상규명위원회’(가)를 통한 조직적이고 강한 대응을 주문했으며, “시민,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걸고 ‘블랙리스트’에 의문을 제기한 김미화 씨의 용기에 감사드린다”며 토론회를 마쳤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