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의원들의 사직서를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 개의 가능성에 대해 "극단적 투쟁"을 언급하고 나섰다. 현역의원들의 사직원을 처리하지 못하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사직 의원들의 지역구 보궐선거가 열리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대선에서도 홍준표 대표가 경남지사 사직서 제출 시한을 조절해 경남지사 보궐 선거를 무산시킨 바 있다.

▲9일 밤 게재된 정세균 의장의 페이스북 글. (사진=페이스북 캡처)

정세균 국회의장은 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급적 여야간 합의를 통해 본회의를 열어오던 관행은 존중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4개 지역의 의원 사직서의 경우에는 5월 14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공백 사태가 내년 4월까지 지속돼 지역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매우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의장으로서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세균 의장이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결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직권상정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상황이 오면 야당으로서 국회 정상화와 특검 관철을 위해 더 극단적인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수석은 "국회 전체가 정상화 되지 않고 있는데 의장이 이 상황을 타결하려는 입장을 갖고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직권상정하면 이 파행을 더 심각하게 만들 우려가 있고, 이런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평생 의회 민주주의자로서 살아온 의장이 그런 오점을 남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세균 의장의 지적대로 국회 파행이 지속돼 특정 지역 시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것은 중대한 사태다. 국회 운영 관행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관행을 지키는 것은 원칙에 비춰서도 맞지 않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지방선거 출마 의원들의 사직원을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후 '드루킹'특검을 요구하며 7일째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성태 원내대표를 방문한 뒤 옆 천막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중인 의원들을 찾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자유한국당이 시민의 참정권을 무시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9 대선에서 홍준표 대표의 경우가 있다. 홍 대표는 경남지사 재직 시절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경남지사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켰다.

당시 홍준표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대선 날짜였던 5월 9일 한 달 전인 4월 9일까지 경남지사 직을 내려놨어야 했다.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위해서는 9일 선관위가 이 같은 상황을 통보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업무시간 이후 사직원을 접수할 경우였다. 9일 자정 무렵 사직원을 제출하면 선관위는 빨라야 10일 사임을 통보받게 된다. 반면 공직자의 사퇴는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시점이 기준이기 때문에 9일을 기준으로 처리된다. 홍 대표는 이 같은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9일 자정 무렵 경남지사직 사직원을 제출했다. 따라서 경남도는 1년 동안 경남도민의 손으로 뽑은 도지사가 아닌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는 14일까지 현역의원 사직원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사퇴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에는 지장이 없다. 사직원을 낸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궐선거는 국회의 사직원 처리 없이는 치러지지 못한다. 이럴 경우 내년 4월까지 현역의원이 사퇴한 지역구는 국회의원을 보유하지 못하게 돼 시민의 참정권이 침해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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