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당선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 또한 특검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나라당을 비롯해 보수신문들은 BBK 주가 조작 의혹을 ‘무조건’ 덮고 넘어가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무마’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고, 여야 정치권의 공방만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미디어스는 ‘이명박 특검’이라는 뇌관을 슬기롭게 제거할 ‘현실적인 방법론’이 무엇인지 내부토론을 거쳤습니다. 격렬한 논의가 오간 후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스스로 진실을 밝히도록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즉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BBK, 다스, 옵셔널벤처스, 도곡동 땅 등 어느 한 분야라도 연루된 ‘진실’을 이 당선자 스스로가 국민 앞에 고해성사하고, 이를 전제로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을 철회하자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이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스는 BBK와 관련한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이 당선자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스의 제안이 일방적으로 덮고 가자는 한나라당과 조중동과 같은 보수신문의 주장과는 궤를 달리한다고 봅니다. 진실을 규명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재수사나 특검을 통하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자신이 스스로 모든 진실을 밝히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미디어스는 토론과 논쟁을 항상 환영한다는 차원에서 반론을 게재할 준비도 돼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과 반론을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 결정이나 그의 대통령 당선과 다른 한편으로 BBK와 주가조작사건에 얽힌 진실규명은 원칙적으로 따져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BBK 주가조작 사건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지상파 TV 방송 진출을 위해 한나라당에 ‘다 걸기(올인)’ 한 조중동 족벌신문들의 뻔뻔하고 비상식적인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 지난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
여야 정파, 언론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등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이 복잡하고 폭발력 높은 뇌관을 슬기롭게 제거할 방법은 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스스로 진실을 밝히도록 하자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BBK, 다스, 옵셔널벤처스, 도곡동 땅 등 어느 한 분야라도 연루된 ‘진실’을 이 당선자 스스로가 국민 앞에 고해성사하고, 이를 전제로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을 철회하는 것이다.

진실규명을 바라는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들의 진상규명 촉구와 이를 위한 투쟁도 결국 나라를 위한 것이므로, 이 제안의 취지를 잘 이해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진실을 규명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재수사나 특검을 통한 진실규명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자신이 스스로 모든 진실을 밝히도록 하자는 것이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이 당선자를 둘러 싼 의혹으로 돌아가 보자. 우선 지금까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과 의혹을 되짚어보자.

▲ 한겨레 12월22일자 사설.
첫째, 이명박 당선자가 2000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과 BBK 설립과 관련 인터뷰를 가진 것이 사실이다.

둘째, 비슷한 시기에 이 당선자가 박영선 당시 MBC 기자(현 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와 인터뷰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셋째, 2000년 이 당선자가 광운대 특강을 통해 자신이 BBK라는 회사를 설립했다는 동영상의 존재는 엄연한 사실이다. 녹화 테이프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는 흔적도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캠프도 이 테이프 자체가 조작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한나라당의 이른바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동업자인 김경준을 띄워주기 위해 덕담 차원에서 한 얘기”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홍 의원은 검사 출신 맞는가?

넷째, 검찰이 도곡동 땅의 일부 지분이 제 3자의 소유라고 발표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

다섯째, 검찰이 지난 12월 6일 발표를 통해, 1995년 다스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문제의 도곡동 땅을 판 대금의 일부인 7억9천2백만원이 이 당선자의 형인 이상은씨 명의의 주식대금으로 납입되었다고 확인한 것도 사실이다.

여섯째, 이 당선자가 BBK 회장이라는 명함을 나눠 준 적이 있고, 또 이장춘 전 대사도 이 당선자 사무실에서 이 명함을 받은 바 있다고 공개한 것도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 외교관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할 수 있는 ‘공인받은 거짓말쟁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아무 때나 그런 것이 아니고 치열한 외교현장 즉 국제무대에서만 통한다.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전 대사가 특히 특정 정파를 위해 혹은 정략적인 목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것으로 상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더군다나, 1년 이상 동안 모든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 준 적이 없는,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 그것도 오랜 친구를 일부러 골탕 먹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다.

특검 조사 불구, 의혹은 여전히 남을 가능성 높아

▲ 동아일보 12월21일자 사설.
위의 내용들은, 검찰의 무혐의 발표나 특별검사가 수사해 법률적인 저촉이나 위반은 없었다고 이 당선자의 무혐의를 다시 확인한다 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 명백한 사실이자 의혹들이다.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사회단체와 마찬가지로, 당선자 입장에서도 기자가 제시하는 해법의 전제인 고해성사를 통한 진실공개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을 대통령에 뽑아준 국민을 위해서다.

그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을 대통령에 뽑아 준 국민 앞에 솔직하면 된다. 대 국민 성명에는 이런 내용이 담길 수 있다.

“2000년 당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과 BBK 설립과 관련, 인터뷰를 한 것이 맞습니다. 내용도 대부분 사실입니다. 2000년 당시 MBC 박영선 기자와 비슷한 취지로 인터뷰한 것도 맞습니다. 최근에 공개된 동영상에 나온대로 2000년 광운대에서 특강을 통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김경준 씨와 동업자로 만나 새로운 금융기법을 적용한 금융회사를 설립한 것도 사실입니다. 도곡동 땅을 판 대금의 일부가 다스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형님인 이상은씨 명의의 주식 대금으로 납입된 것도 맞습니다. 그것은 제 돈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포항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어렵게 자라면서도 제가 가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단 한순간도 놓은 적은 없습니다. 제가 현대건설에 월급쟁이로 입사해 밤낮 없이 수출과 건설현장을 누비며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저의 이런 노력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서 높이 평가해 주셔서 저는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을 거쳐 국회의원에 두 번이나 당선되고 민선 서울시장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국민여러분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대통령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평생 앞만 보고 달려 온 사람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불가능이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실천해 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부터 감히 대통령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 가족과 주변을 깨끗이 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의 이런 흠결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대통령에 뽑아 주신 것은 저에게 뭔가 큰 역사적 소명을 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지난 대선 과정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주신 그 소명을 받들 수 있도록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용서해 주시고, 믿고 밀어주시기 바랍니다.”

▲ 중앙일보 12월21일자 사설.
만약 이 당선자가 스스로 자신이 연루된 모든 의혹과 진실을 이같이 밝힌다면 국민은 그를 용서할 것이다. 그리고 특검 임명도 철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이렇다.

지리한 여야 정쟁,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

첫째, BBK를 둘러싼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투표 참가자 50%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였다. 국민들의 투표 결과는 그의 잘못에 대한 사실상의 ‘정치적 사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의 판단은 틀릴 수 있으나 전체로서의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아니 옳다고 믿어야 한다.

둘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당선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그 때 그 때 바꾼 것도 사실이고, 대통령(당선자)의 거짓말은 대통령 개인의 명예 뿐만 아니라 국민과 국가 전체의 명예와 위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검찰의 수사 발표 혹은 특별검사의 (재)수사를 통해, 이 당선자가 설령 ‘법률적’으로는 무혐의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진실이라고 볼 수는 없고, 앞에서 제기한 의혹과 사실들이 완전히 없어지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실은 이 당선자 자신과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넷째, 대통령의 성공이 대통령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백성의 삶과 나라의 성공에 직결돼 있고, 역(逆)으로 대통령의 실패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이란 자리는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이 발생해도 그 탓을 대통령에게 돌리겠는가!

다섯째, 따라서 대통령이 된 다음에 용서 못할 새로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다음에야 출발부터 족쇄를 채워 국정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 궁극적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 독실한 기독교인, 고해성사 심정으로

이 당선자는 기독교인이다. 그것도 서울시를 하느님한테 바치겠다고 할 정도롤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따라서 이 당선자는 자신을 대통령에 뽑아준 국민과 하느님 앞에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 불교에서도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진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된다고 했다. 이 당선자의 결단을 촉구한다.

사족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BBK 주가 조작(의혹)을 사실상 ‘무조건’ 덮고 넘어가자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그야말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여야 정치권의 공방만 확대할 뿐이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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