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권력투쟁이 아니라 국정농단이다. 언론이 자꾸 권력투쟁으로 쓰는 것부터가 국정농단 세력에 말려드는 거다."

지난 1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정두언 의원의 한 답변의 일부이다. 의미심장하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이후 '권력투쟁'과 '국정농단' 사이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언론을 향해 그는 '프레임'의 문제를 제기했다.

12일 조선 중앙 동아의 1면 제목은 '프레임 전쟁'의 양상을 확인케 한다. 조선은 '이영호•정인철•박영준 청와대, 순차적으로 교체'라는 제목을 뽑았다. 반면 중앙과 동아는 각각 '정두언•박영준 권력투쟁 말라', '친박도 영포회 폭로전, 여 전대 직전 이전투구'로 각각 제목을 뽑았다.

조중동의 진지가 갈리고 있다. 조선이 '국정 농단의 프레임'에 섰다면, 중앙과 동아는 '권력투쟁의 프레임'에 서있다. 후속 기사의 비중 역시 그러하다.

▲ 12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의 경우, 문제를 '영포라인 중심 비선 조직의 월권 의혹'이라고 명명했다. 이영호, 정인철, 박영준 모두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며, 각 각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데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이영호), "보직을 받지 못하고 청와대를 떠나게 될 것"(정인철), "청와대로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박영준)이라고 못을 박았다. 조선이 취재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정농단'의 대상자를 분명히 정리했고, 익명의 관계자를 빌어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 것이다.

▲ 12일자 중앙일보 1면
중앙은 좀 달랐다. '권력투쟁 말라'는 제목은 중앙의 프레임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부제 역시 노골적이었다. 'MB, 참모들 통해 경고 메시지 전달'은 사태를 바라보는 중앙의 시선이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중앙이 취재한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MB가 "권력 투쟁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정두언 의원에겐 "분열을 키우는 언행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선진국민연대' 측엔 "정 의원이 권력투쟁을 시도하는 것처럼 몰고 가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는 메시지가 각각 전달됐다고 한다.

동아는 확실히 달랐다. 동아는 이미 '구문'이 되어 조선과 중앙이 3면 혹은 내용에 녹여 배치한 사실을 1면으로 당겨, 직접 정두언 의원을 겨냥했다. '총리실 김유한 정무실장이 영포회 관련 자료를 정두언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이성헌 의원의 기자회견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썼지만, 행간 곳곳에는 파문이 확산되길 바라는 심경이 읽힌다. 이성헌 의원의 폭로는 다분히 쟁점을 이동시킨다. 영포회의 '국정 농단'이라는 본질은 묻히고, 동아의 제목마냥 '이전투구'만 부각된다. 이 프레임이 확대되면 정두언 의원은 '부적절한 거래'를 한 비도덕이 되고, 영포회는 권력투쟁에서 희생되는 이미지를 얻게 될 것이다.

▲ 12일자 동아일보 1면
이라크 '전쟁'과 '점령'의 차이는, 단순해보이지만 엄청나게 다른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프레임은 그 자체로 생각의 전개를 구조화해 내는 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의 특성상 한 번 프레임이 확정되면 무의식적으로 반복 사용된다. 프레임은 무엇이 보여 지는가(혹은 어느 부분이 제외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인 동시에 사건에 대한 일정한 관점을 객관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최근의 상황들을 가로지르고 있는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14일(수)이고, 정치적 결론 성격을 가질 개편과 개각은 이르면 이번 주, 아니면 다음주 20일 안에 이뤄질 전망이라고 한다. 프레임 전젱이 시작됐다. 권력투쟁과 국정농단, 당신의 프레임은 무엇인가? 바야흐로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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