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8년 전 발행됐던 기사와 똑같은 기사가 유력 경제지 지면을 장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기자가 8년 전 자신이 작성했던 기사를 그대로 재탕한 것인데, 이 기자는 지난 4월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협박문자를 보냈던 기자와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 이재명에게 "기사로 말하겠다"는 사이비 기자)

▲4일자 파이낸셜뉴스 22면 기사.

4일자 파이낸셜뉴스 22면에는 <[현장르포] 21년째 방치된 시화호 공룡알 화석지 가보니, 도난위험에 무방비…일부는 빗물에 쓸려가 유실> 기사가 게재됐다. 파이낸셜뉴스 경기 안산·화성 주재기자인 김 모 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는 시화호 부근 공룡알 화석지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기사다.

문제는 이 기사는 이미 8년 전 김 기자가 문화일보 지방주재기자로 재직할 당시 작성했던 기사라는 점이다. 문화일보 홈페이지에는 2010년 3월 15일자 <산성비에 알몸 노출 껍질 사라져> 기사가 게재돼있다. 제목과 날짜를 제외하고 파이낸셜뉴스의 4일자 지면기사와 대동소이하다.

김 기자가 이 기사를 '재탕'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6월 24일 국제뉴스 재직 당시에는 <[단독 르포] 시화호 공룡알 유적지…18년째 방치>, 지난 2016년 10월 24일 서울일보 재직 당시에는 <[단독] 시화호 공룡알 유적지 19년째 방치 "너무하네"> 기사를 내보냈다.

문화일보, 국제뉴스, 서울일보, 파이낸셜뉴스에서 김 기자가 작성한 동일한 기사는 문장 배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일치한다. 기사 말미에 배치된 "세계적인 공룡학자들이 인정한 귀중한 화석들이 발견돼 이를 활용한 자연사 박물관을 짓지는 못할 망정 알몸으로 방치하는 문화정책이 개탄스럽다. 시민과 전문가들이 나서 훼손실태를 파악해 당국에 보전과 활용대책을 세울 것을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란 멘트는 4건의 기사에서 모두 일치했다.

기사에 사용된 사진까지 똑같다. 사진에는 공룡알 화석을 처음 발견한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 씨가 화석지 방치현장 실태를 설명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최 씨가 화석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 위치까지 같다. 그러나 각 기사의 사진 설명에는 기사마다 다른 날짜가 쓰여져 있다. 사진 설명이 거짓인 셈이다.

8일 김 기자가 작성한 <김문수 지사가 추진했던 경기 서해안개발 남경필호에서 흐지부지> 기사도 자신이 2016년 작성했던 기사를 재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2016년 8월 10일 국제뉴스에서 김 기자 이름으로 발행된 <남경필호 서해안개발 계획 흐지부지 주민들 실망 커> 기사와 일부 문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치한다.

이 기사의 경우 다른 언론의 기사를 베낀 것으로 보인다. 수원 연합뉴스에서 지난 2016년 7월 29일 작성한 <"기대감 잔뜩 주더니"…경기 서해안개발 계획 흐지부지> 기사를 김 기자의 두 건의 기사와 비교해보면 리드문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문장이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사 말미에 인용된 멘트까지 일치한다.

또한 김 기자는 지난달 이재명 시장에게 협박문자를 보냈던 기자와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사저널 경기 지방주재기자였던 김 기자는 이 시장에게 자신이 부정적 소문을 취재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 시장이 "뭐하시는 거냐"라며 협박하지 말라고 하자, 김 기자는 "쓰레기 청소해야죠. 지금부터는 기사로 말하겠다. 이상"이라고 겁박했다.

파이낸셜뉴스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뉴스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이 사람을 경기 주재기자로 채용했고, 아직은 계약직인 상태"라면서 "지난주부터 출근한 분이고, 이제 기사를 두 건 썼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지면에 넣었던 것인데 이런 사실은 몰랐다"며 난감해했다.

▲8일 파이낸셜뉴스 인터넷판에 게재된 기사(왼쪽)와 지난 2016년 연합뉴스 기사. (사진=네이버, 다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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