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전자는 인간의 본능이고 후자는 이를 역행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단식은 극단적 저항의 방식으로 활용돼 왔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할 수밖에 없는 단식에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다. 단식을 다이어트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투쟁으로서 단식은 곧 모든 것이다.

고로의 식사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누군가의 단식은 절박했고, 또 누군가는 초점 잃은 눈빛만 보였다

특검을 안 받아도 단식은 중단된다. 기괴한 논리를 펴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오직 '드루킹 특검'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외치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댓글조작 사건을 의뢰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자유한국당 등 극우 세력들은 자신들이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조작을 해왔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국가 조직까지 총동원해 조작을 해왔던 그들로선 매크로라는 신문물이 얼마나 유용한지 감탄했을지 모를 일이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고독한 미식가는 고독하지 않았다' (보도영상 갈무리)

드루킹이 민주당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도 무효라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자신들이 몰락한 이유 중 하나가 불법 댓글조작을 통한 여론 호도 때문이었다며 문 대통령 역시 동일하다는 논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한 몸이라는 사실은 드루킹 사건을 보면 명확해진다. 안철수 후보에게 조작은 익숙하다. 비록 윗선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실행한 자들만 형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경우도 댓글 부대와 너무 친숙해서 한 몸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들이 드루킹 매크로 사건을 접하며 환호를 내지르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민주당 당원이라는 이유 하나로, 댓글조작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민주당 전체를 댓글 조작 당 정도로 호도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자신들이 해왔던 수많은 과오들을 드루킹 하나로 만회하겠다는 과욕이 오만을 불렀다.

박근혜 측에도 매크로 조작 거래를 시도했던 드루킹. 그 일당들이 벌인 범죄는 철저하게 수사해 강력하게 처벌해야만 한다. 그리고 박사모 회원들 사이에서도 매크로가 일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고독한 미식가는 고독하지 않았다' (보도영상 갈무리)

박사모에서 조직적으로 이어진 매크로 사건 역시 본격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 김성태 원내 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주장하고 싶으면 '박사모 드루킹 특검'을 외쳐야 한다. 매크로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무리들 전체를 수사하고 단죄해서, 더는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것이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김 원내대표의 단식은 초점을 잃었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포상의 행위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JTBC 뉴스룸에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드라마는 이미 시즌 7까지 방송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단순하게 주인공이 일하다 배가 고파 음식을 먹는 것이 전부인 드라마다. 그 단순한 이야기를 시청하며 많은 이들은 행복해 한다.

"땀 흘려 노동한 사람이 밥상을 마주하는 순간은 육체적 허기뿐 아니라 정신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시간이기에 사람들은 그의 먹는 행위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브리핑에서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의 행위를 잘 표현했다. 먹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본능인지를 일깨워주게 하는 고로의 식사와 정반대에 있는 것은 4년 전 광장에서 벌어진 인면수심의 현장일 것이다.

자식 잃은 부모가 진실을 밝혀 달라고 단식을 하고 있는 현장 옆에서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조롱하던 자들. 그들에게 먹는 행위는 단지 미개와 야만일 뿐 그 어디에서도 육체적 정신적 허기를 채우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고독한 미식가는 고독하지 않았다' (보도영상 갈무리)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을 지원하고 응원했던 정치 집단이 누구인지 세상은 다 알고 있다. 그런 자들은 2기 세월호 특조위에 1기 특조위를 망친 황전원을 다시 추천했다. 그들이 어떤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인지 황전원 추천으로 명확해질 뿐이다.

"자식을 잃은 아빠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죽은 아이들을 오뎅이라 부르던 모욕을 참아냈으며, 폭식 투쟁하는 일베들이 편히 먹을 수 있게 배려하여 자리도 깔아주었던 기억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을 보며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로 알려진 김영오 씨가 글을 남겼다. 자식 잃고 왜 죽었는지 밝혀달라며 46일 동안 단식을 했던 그가 보낸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회라는 닫힌 공간에서 단식을 하면서 온갖 고통을 호소하는 김 원내대표의 행동은 허망하다.

김 원내대표는 단식도 힘든데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자신에 대한 조롱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김영오 씨의 단식에 대한 조롱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던 자들이다. 음식을 먹으며 지나다니는 광장에서, 그것도 일베들이 폭식을 할 수 있도록 장소까지 마련해야만 했던 그 상황에서도 단식을 해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정치꾼들은 절대 이해 못한다.

조롱성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바로 구속시키는 이 기막힌 현실에서 폭행했던 남자의 아버지 인터뷰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전치 2주지만 국회의원은 고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절대 손도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 대단한 권위의식이 만든 결과는 국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든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고독한 미식가는 고독하지 않았다' (보도영상 갈무리)

'드루킹 특검'이 통과되지 않으면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특검을 통과시키기 위해 단식을 했던 자가 통과가 안 되면 단식을 포기하겠다는 이 기괴한 말장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병원에 실려 가도록 " - 안홍준 / 당시 새누리당 의원
"노숙자들이 하는 것 같은 느낌" - 김태흠 / 당시 새누리당 의원

단식을 하던 유민 아빠를 향해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이 바뀌기 전 새누리당 의원들이 쏟아낸 조롱들이다. 이 한심한 자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단식을 조롱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국민들을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다. 최소한 이치에 맞는 말들을 해야 대중도 호응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박사모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경찰은 보다 면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인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연루된 '권선동 의원 염동열 의원 특검'부터 해야 한다. 그들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강원랜드 채용 비리 특검'부터 언급하며 연루된 의원들이 수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

자신들의 비리는 보이지 않고 남 탓만 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조롱 받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오며 민생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자들이 단식을 선택하는 이 기묘한 여의도 정치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신성하고 소중한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들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의구심만 든다.

한편 김태흠 의원실은 "노숙자들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김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유가족들이 비닐 천막으로 햇볕을 가리고 줄을 달아 빨래를 내걸고 하는 모습이 마치 노숙자 같은 그런 모양인데 국회의장이 유가족이 고생하도록 농성을 허용해준 게 잘못됐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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