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형제들 최후의 보류(오타 아님) 한상진도 웃겼다. 지난주와 달리 아바타와 조정자를 바꿔서 진행한 아바타 워즈 마지막 라운드는 식상하다는 지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닝과 데이트 장소를 다변화함으로써 분위기를 환기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뜨거운 형제들 여덟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웃기지 못하고 있는 한상진, 노유민 둘 중 한상진이 정말 목숨 걸고 한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열심히 한 결과 의외의 웃음을 터뜨렸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패주고 싶을 정도로 웃겼다.

이쯤 되면 뜨거운 형제들 중 노유민만 빼고는 모두 밥값을 한 셈이 됐다. 탁재훈이 조정한 한상진이 말 그대로 뜨거운 활약을 보인 것은 아바타 길들이기였다. 우선 기존 아바타 길들이기에서 반복되었던 장소들을 피한 것도 잘했지만 한상진에게 우호적인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네일 샵이라는 장소 선택이 탁월했다. 작가들이 머리 좀 많이 쥐어뜯으면 프로그램이 살아나는 것이 분명했다. 사실 한상진은 이 네일샵에서 이미 자기 몫을 다 해냈다.

이번 주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인 대상은 한상진이 분명했다. 물론 탁재훈과 한상진의 연기와 호흡도 아주 잘 맞았다. 무엇보다 오작동이라는 설정을 통해서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실수를 연발해 웃음을 터뜨린 한상진의 연기력은 역시 배우임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탁재훈이 지시한 말을 한상진이 잘못 알아듣고 실수해서 빵 터뜨린 장면은 적어도 세 군데가 있다.

제일 먼저 들어온 손님에게 탁재훈은 “디자이너하면 앙드레 김이죠”라고 했으나 한상진은 “디자이너하면 나한테 죽죠”라고 했다. 실수로 보기에는 단어의 유사성이 매우 적은데 어쨌거나 실수건 작정한 것이건 웃겼다. 그 다음 것도 마찬가지다. 탁재훈이 “뭘 해드릴까요?”하니 한상진은 “목욕하세요”라고, “너무 이쁘셔서”했는데 “재수없어”라고 오류를 연발했다. 촬영한 장소가 정말 무선 수신이 좋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면 한상진이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뜨거운 형제들을 있게 한 아바타 소개팅의 히어로 박박형제가 간만에 다시 뭉쳤다. 이번엔 박명수가 처음으로 아바타로 필드로 투입됐다는 점이 다르다. 개그맨 선후배 사이라 박휘순이 혹독하게 조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개그맨들끼리 통하는 감각은 그들을 승리로 이끌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김구라가 논개의 심정이라면서 선택한 노유민을 상대로 한 경쟁이라 더 수월한 대결인 점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박명수가 열심히는 했지만 아바타보다는 역시 조정쪽이 그의 악마(?)적 애드리브를 살리기에 더 적절했다. 아무래도 박명수, 김구라 모두 유부남이라 아무리 아바타 설정이라 해도 어린 소개팅녀와의 데이트가 부자연스러움이 있었던 것도 무시 못 할 부담이었을 것이다. 김구라도 말도 안 되는 노유민의 만득이 시리즈를 성실하게 따라 했으나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반응 역시 좋을 수는 없었다.

데이트 상황에서도 여전히 한상진, 싸이먼디 둘의 부분들이 더 재미있었다. 이들은 탁재훈의 애드리브와 쌈디의 원빈 패러디의 대결이었다. 유명한 원비의 가을동화 대사를 반복한 쌈디의 능글맞고 거만한 듯한 표정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쌈디의 일관적인 질주와는 달리 한상진은 부분적인 애드리브로 양념을 쳐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원만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결국 애드리브의 승리였다. 비록 탁재훈이 한상진에게 지시한 애드리브가 모두 3류스러운 개그와 슬랩스틱이었지만 묘하게 통했다.

얼음방에서 자리를 비켜준다고 나와서는 유리벽에 얼굴을 밀착시킨 것과 마사지 받을 때 소개팅녀에게 담요를 덮어준다면서 얼굴까지 가린 것들은 분명 익숙하고 식상할 수 있는 반전개그인데도 불구하고 탁재훈이 시키고 한상진이 실행하는 부분에서 묘한 웃음 시너지가 발동되는 것 같다. 박명수, 박휘순 형제와 김구라, 이기광 형제에 이어서 탁재훈, 한상진 형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탁한 형제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쌈디는 유일하게 소개팅보다는 상황극에서 제몫을 다 한 멤버라는 점에서 따로 노는 노유민과 더불어 콤비를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재 전체 예능 중에서 뜨거운 형제들처럼 시종 웃기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점에서 노유민 분량에서 웃음이 부족한 부분은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노유민 본인과 제작진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보 캐릭터는 이미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이날 만득이 시리즈를 들고 나온 것은 지나친 모험이었으며 지금 상황이면 민폐보다는 차라리 병풍이 뜨형에게는 낫다. 한상진이 네일샵에서 패주고 싶을 정도로 웃겼다면 노유민은 웃음은 고사하고 지나친 민폐스러움 때문에 패주고 싶을 정도로 짜증스러웠던 시청자가 많았을 것이다. 아무튼 노유민의 캐릭터도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할 것이다.

한편 뜨형 제작진들이 점점 영리해지고 있음도 반가운 모습이었다. 아바타 데이트 최종 결승을 앞둔 다음 주는 기존 멤버가 아닌 객원 아바타를 동원해서 다소 식상해질 수 있는 상황에 반전을 기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아바타 기용이라고 했는데 과연 누가 탁재훈, 박명수, 박휘순, 이기광과 조합을 이뤄 아바타 결승전다운 웃음 폭탄을 터뜨려줄지 기대해보자.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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