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대선 직후 언론보도를 진단하는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언론이 당선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보다는 '알아서 기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조선·동아 "특검폐지"…문화, 한국, 서울도 따라가

▲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언론노보 이기범
신문 보도를 분석한 한국PD연합회 김동준 정책국장은 "이명박 후보 당선 직후에는 특검 유효를 주장하는 한겨레·경향과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는 조선·동아로 나뉘었으나 21일 이후에는 특검에 대해 명확한 논조를 보이지 않던 일간지들도 조선·동아에 동의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김동준 국장은 "한겨레와 경향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한국의 일간지는 사라진 듯한 모습"이라며 "이는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 상실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통해 한국의 언론은 기존에 나타났던 정책검증의 부재, 정치적 편향성, 공방 혹은 동정 중계식 보도 등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게다가 가장 큰 의혹이었던 BBK 사건에 대한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들지 못했고 대선이 끝난 이후엔 그 진실규명 노력마저 포기하기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이명박특검' 공방중계로 돌아선 방송…SBS, 당선자 동정 보도 지나쳐

방송 보도는 대선미디어연대 모니터본부 윤익한 방송팀장이 분석했다. 그는 "대선 이후 한나라당의 '특검 거부권 압박'을 방송3사 공히 정치공방의 소재로 접근하고 있다"며 "대선 이전 BBK 주가조작 사건의 실체에 대해 접근하고자 했던 보도태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정치공방화'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언론노보 이기범
윤 팀장은 이어 "의회와 당선자 본인이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한 발언을 뒤집는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언론은 선거 이후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정국안정론' '새 대통령 힘 실어주기' 등의 논리에 개의치 말고 뉴스가 언론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KBS와 MBC가 지난 주말까지 당선자의 공약과 정책을 차례로 정리하고 있는데 SBS 보도에서는 이번 대선 이후 우리사회에 대한 심층 분석, 당선자의 공약과 정책에 대한 진단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당선자의 동정에 치중하는 보도태도는 '당선자 줄서기' 아니냐는 오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감세하면서 복지 늘린다고? 기회주의 저널리즘의 침묵도 문제"

이어진 토론에서도 일부 보수신문과 방송보도의 문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백병규 미디어평론가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패자는 방송"이라며 "방송사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를 중계하는 데 그쳤고 후보자 검증에 있어서도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은 "정파 저널리즘과 정론 저널리즘 사이에 기회주의 저널리즘이 있다"며 "감세하면서 복지를 늘리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회주의 저널리즘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영방송 사장 인사를 둘러싼 최근 논란과 관련해서도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코드인사를 박살내야 한다고 했던 언론에서 정권이 바뀌면 방송위원장이 그만두는 게 관행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권력을 등에 업고 팔에 완장까지 차고 뛰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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