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인권센터)가 방송 노동환경 개선 촉구를 위해 SBS, MBC, KBS, CJ E&M 등 주요 방송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한다.

2016년 열악한 방송제작환경의 문제를 제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PD의 유지를 잇는 한빛인권센터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SBS 드라마 '시크릿 마더' 제작 스텝들이 하루 2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며 "SBS에서 초장시간 노동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1인시위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한빛인권센터는 "(제보에 따르면)스텝들은 촬영을 마치고 찜질방에서 1-2시간 잠을 청하고 또 다시 등 떠밀려 현장으로 나가고 있으며, 휴가가 있는 날은 당일 새벽 동틀 때까지 일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방송계갑질119'오픈 익명 채팅방에 공유된 SBS 드라마 '시크릿 마더'의 4월 촬영시간 집계

3일 '방송계갑질119' 오픈 채팅방에는 SBS '시크릿 마더'의 4월 9일부터 30일까지의 촬영시간 집계가 공유됐다. 촬영 일정의 대부분은 아침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에 종료됐다. 심한 경우를 예로 들면 오전 7시 30분에 시작된 촬영은 다음날 새벽 5시 20분에 종료됐다. 다음날 출근은 오전 9시였다.

한빛인권센터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방송업이 제외되어 올해 7월부터는 주 68시간을 준수해야 하고, 7월전이라도 근로자 대표와의 유효한 서면합의 없이는 초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수 없다"며 "하지만 초장시간 노동관행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법이 바뀐다고 한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센터는 방송사 및 제작사가 단축된 근로시간을 정확히 준수하는 것은 물론 자사 소속의 정규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방송산업의 모든 노동자에게 포괄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방송업이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다수 노동자가 비정규직·프리랜서 형태로 계약을 맺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방송노동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관련 법 적용이 방송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한빛인권센터의 1인 시위는 우선 8일 SBS 앞에서 이한솔 씨(고 이한빛 PD의 동생)를 시작으로 9일과 10일 MBC·KBS 앞 탁종열 한빛인권센터 소장, 11일 CJ E&M 앞 이용관 씨(고 이한빛 PD의 아버지)로 예정됐다. 11일 이후에도 1인 시위는 계속 이어질 방침이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한빛인권센터 등으로 구성된 드라마제작환경개선TF는 지난 2월 드라마제작현장 노동실태 제보센터를 운영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드라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5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빛인권센터는 "고용노동부는 5월 중에 있을 특별근로감독결과 발표에서 근로자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발표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또한 방송사에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을 위장 자영인으로 둔갑시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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