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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 북한보다 더 폐쇄적이다? 우리가 몰랐던 북한의 실상[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8.05.04 10:21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었고, 그 관심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한 달 내에 벌어질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우리들은 새삼스럽게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알기란 쉽지도 않고, 스스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거라는 내면의 자포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판문점 선언으로 통일을 꿈꾸거나 그렇지 않다면 남북 간 자유로운 왕래를 상상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여파로 평화와 통일의 상징이 된 옥류관 냉면을 당장 내일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처럼 통일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르고 있고, 우리 모두는 본래 통일론자였던 것처럼 행세하고픈 심정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3일 방영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남북정상회담의 열기를 열심히 담아냈다. 거기에 다소 의외이자 또 당연한 한 출연자의 말에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탈북자 한송이 씨는 북한을 떠나온 지 5년 차로 비교적 북한의 현재에 대해서 생생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송이 씨의 말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은 이미 남한에 대해서 아주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중국을 통해 USB나 CD로 널리 유통되고 있고, 남한의 다양한 가전제품과 화장품들이 히트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이 말을 듣고 단지 우월감에 어깨만 으쓱하고 말 수도 있지만, 숨겨진 사실을 안다면 오히려 우울해질 수도 있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북한이 우리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그것뿐만이 아니다. 한송이 씨는 북한에서 자주 전화가 걸려온다고도 말했다. 아마도 이 발언을 통해 시청자들은 두 가지 사실에 놀라거나 두려움을 느꼈을 수 있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한송이 씨가 중국 접경 지역 출신이어서 지인들이 중국 휴대폰을 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우리로서는 북한 주민과 통화를 한다는 사실은 신세계를 겪는 것과 마찬가지고 또 하나는 자연스럽게 국가보안법의 ‘잠입·취재’에 해당하지 않나 걱정도 되는 것이다. 

그밖에도 한송이 씨가 전하는 평양에서 아주 먼, 그렇지만 아니 그래서 훨씬 더 개방되어 있는 백두산 근처 북한 동네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들릴 정도로 생소하고 또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조차 끊고 살았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심지어 재미언론인 진천규 기자가 평양에서 찍어온 영상조차도 보고도 잘 믿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우리들 머릿속의 북한은 찢어질 듯 가난하고, 입지도 못하는 곳이어야 하는 것이다. 탈북민 한송이 씨의 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는 “우리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았어요. 죽 안 먹어요”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상식(?)을 깨는 말이었고, 그 말에 놀라는 자신이 더욱 놀라웠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이명박근혜 정권 9년간 언론이 다시금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를 한송이 씨가 말해준 것이다. 보수정권 9년간 언론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북한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 베를린 구상을 밝혔을 때는 비웃기까지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이슈에만 집중하지 정작 민간에서 겪는 통일와 평화의 분위기에 부응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커다란 의제에 밀려 있는 북한의 살림살이에 대해서 알리는 시간을 마련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비록 시사프로그램으로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오히려 기존 매체들을 앞서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북한보다 오히려 더 폐쇄적이었던 우리를 반성하자는 의미도 있을 거라 생각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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