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부터 불거진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논란이 밀수·탈세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수폭행'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 전무는 경찰에 출석해 "음료를 뿌린 것이 아니라 손등으로 (컵을)밀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흥 대한항공 기장은 "물리학의 법칙이 조 전무한테는 적용이 안 되는 건가"라며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전면 퇴진을 촉구했다.

이 기장은 3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컵을 밀치면 관성의 법칙 때문에 물이 밀친 사람 손으로 튀지 얼굴까지는 잘 안 튈 것 같다. 진실하고 거리가 먼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물벼락 갑질' 논란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지난 1일 오전 강서경찰서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찰은 폭행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조 전 전무를 조사했다.(사진=연합뉴스)

조 전 전무의 경찰 출석 당일 이 기장은 현장에서 '조현민 조현아 퇴진 두 번 속으면 바보, I'll be back'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민·조현아 두 딸의 동반퇴진을 결정했지만 조씨 일가의 전면퇴진 없이는 이들이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 기장은 "조씨 일가족의 완전한 퇴진을 요구한다"며 "누가 잠깐 퇴진했다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건 이미 한 번 경험했다. 직원들은 (총수일가가)완전히 경영에서 손 떼는 걸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땅콩회항'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대한항공 직원들의 자괴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장은 대한항공 갑질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장은 "대한항공이 달라지려면 총수일가족이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입법을 통해 규제를 하는 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그런데 언론에서 보도되는 기사들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속된 말로 '이 사람 좀 싸가지 없네'라는 쪽으로 접근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동안 왁자지껄 떠들다 끝나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일(4일) 저녁 7시 광화문에서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전면 퇴진을 촉구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가 열린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검은색 계열의 옷에 벤데타 가면 또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촛불집회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항공 사측의 불법 채증, 신분 확인 등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벤데타 가면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V'가 쓴 가면으로 '저항'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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