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뉴스 진행자와 인터뷰대상자에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아 성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미디어의 성차별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해 방송된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의 프로그램의 출연자 성별에서 전문직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TV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현하는가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가상의 세계인 TV에서조차 성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성 평등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KBS, MBC, SBS, JTBC의 메인 뉴스 엥커들. 왼쪽부터 KBS 김철민, MBC 박성호, SBS 김현우, JTBC 손석희. (각 방송사 뉴스 화면)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앵커·취재기자·인터뷰대상자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출연빈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프닝 멘트의 65.2%는 남성앵커가 담당했다. 연령에서도 남녀 간 차이가 컸다. 여성앵커는 10명 중 8명이 30대 이하였지만 남성앵커의 87.8%는 40대 이상이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떤 위계질서를 갖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뉴스의 메인앵커가 될 수 있지만, 여성은 젊어야만 뉴스를 진행할 수 있는 불평등한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재기자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났다. 여성 기자는 뉴스아이템의 31%를, 남성 기자는 64%를 취재했다. 또한 여성 기자가 주로 문화, 생활/교양, 날씨, 사회 일반 뉴스아이템을 취재했다면 남성 기자는 환경, 해외, 사회 비리, 사건, 북한, 군사 관련 뉴스를 많이 취재했다.

인터뷰 내용에서도 남성은 ‘주제 및 사건당사자로서 의견을 제시’하거나 ‘도움 차원의 전문적 의견 제시’가 60%였다. 여성은 47.6%에 그쳤다. 인권위는 “뉴스 구성과정에서 남성 인터뷰대상자는 전문적인 설명이나 문제해결의 방향을 질문받았지만 여성 인터뷰대상자는 일반 시민으로서의 의견 제시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미디어다양성 조사 ▲젠더불편지수 ▲양성평등방송상 등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인권위는 “미디어다양성 조사는 방송 관계인의 성별, 연령, 직업, 출신 국가 등을 전량 분석하는 조사방식”이라며 “미디어가 사회적 차별요인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디어다양성 조사는 텔레비전 속 성차별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구체적인 현실에 기반을 둔 논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젠더불편지수에 대해선 “페이스북의 ‘좋아요’처럼 체크할 수 있는 창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나 시청자단체들이 ‘최악의 프로그램’ 선정 캠페인 등을 부활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성평등방송상은 “성 평등을 실천한 좋은 프로그램을 격려하고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양성평등방송상을 분기별로 시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방통심의위에 방송언어특별위원회와 같은 성평등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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