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은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어줬다. 21세기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전하는 평화 메시지는 누구라도 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동네마다 평양냉면집에는 길게 늘어선 선 줄이 줄지 않고, 사람들은 구수한 평양냉면 한 그릇에 통일의 꿈을 그득 담는 모습들이었다.

4·27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평양냉면이 등장한 후 평양냉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평양냉면 음식점 앞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판문점 선언 이튿날 곧바로 두 가지 소식을 전해왔다. 2년 8개월여 만에 남북의 시간을 통일하겠다고 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 3.4공구를 폐쇄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평양의 시간은 우리보다 30분이 늦었으나 5월 5일을 기해 남한 기준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또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는 한미전문가 및 언론까지 초대해 공개 절차를 제공할 것도 약속했다.

북한이 이처럼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는 이유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불가침을 약속하면 우리가 왜 핵 가지고 어렵게 살겠는가”라는 김정은의 발언에 담겨 있다. 이 발언을 다시 읽는다면 “핵을 갖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이미 핵은 완성했다’라는 선언일 것이다. 이 두 가지 해석만으로도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발전을 꿈꾸는 젊은 김정은의 비핵화 카드에 대한 의심을 걷을 수 있다.

남북이 현재 30분 차이를 보이는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로 통일하는 데 합의했다. 사진은 정상회담 당일 평화의집 1층 접견실에 걸려 있던 서울과 평양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연합뉴스

동시에 북한이 경제개발에 전력을 기울인다면 우리에게는 이미 받은 평화보다 더 큰 경제적 선물도 받게 된다. 북한의 기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한국은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췄다. 더 나아가서 한러철도를 개통하게 된다면 물류로만 엄청난 절감과 추가 소득도 가능하다. 북한의 석유매장량이 상당하다는 말도 있다. 북한에 지하자원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비핵화 그리고 북미수교로 열리게 될 미래는 우리에게 평화는 물론 더 큰 번영까지 약속해줄 수 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닌 남북정상회담의 반응은 전과 크게 달랐다. 생중계라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무엇보다 거침없는 김정은의 모습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간의 인상과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최고 존엄이지만 나이 차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에게 왠지 깍듯해 보이는 태도와 말씨는 오히려 남한의 기자들이 대하는 것보다 훨씬 공손하고 겸손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판문점 선언에 모처럼 야당들은 잠시라도 이구동성으로 평화의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은 예외였다. 이 감격스럽고 경사스러운 상황에도 자유한국당의 어깃장은 여전했다. 자유한국당은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지 판문점 선언에 대해 비판하고 폄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온 국민이 반기는 상황에 자유한국당 홀로 생떼를 부리는 모습에 그들도 같은 한국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 슬로건 및 로고송 발표 행사에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을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야당들도 그런 자유한국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여당의 논평은 오히려 점잖아 눈길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전쟁 장사, 빨갱이 장사 못하게 돼 '멘붕' 오겠다”고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장정숙 대변인은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의 생떼와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수십 년간 지속해온 안보장사를 이제 못하게 됐으니 정작 자신이 두 번, 세 번 망하게 될까 두려운 것이냐”고 꼬집었다.

판문점에 걸린 두 개의 시계를 보고 김정은은 스스로 시간을 통일하겠다고 나섰다. 남측의 요청사항은 아니었다. 북한도 이처럼 불합리한 것은 보면 알아서 고치는데 자유한국당만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눈을 뜨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자유한국당이 이대로 역사의 시간을 못 맞추고 어깃장만 놓는다면 국민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 후 시민들은 선거를 더 잘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선거로 심판하자는 말은 자유한국당이 할 말이 아니라 듣게 될 말 아닐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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