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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은 ‘코르셋’이다?[도우리의 미러볼] ‘탈 코르셋 운동’ 논란의 본질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04.27 14:08

[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숏컷 하고 탈 코르셋 인증이요.”

최근 SNS 및 각종 ‘여초’ 커뮤니티에서 ‘탈 코르셋’ 인증 운동이 화제다. 탈 코르셋 운동은 과거 미용 때문에 여성을 옥죄던 ‘코르셋’과 같은 ‘꾸밈 노동’에서 벗어나자는 것으로 긴 생머리, 메이크업, 브래지어, 하이힐에서 벗어나 숏컷, 노메이크업, 편한 차림 등을 추구하고 인증하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 운동이 페미니즘 내부에서 논란이다. 화장품이나 하이힐 자체가 ‘코르셋’이라는 입장, 이것이 다시 여성을 옥죄는 ‘역 코르셋’이라는 입장으로 대립하는 양상이다. 특히 전자의 경우 ‘탈 코르셋으로 아낀 비용으로 주식 투자나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라며 경제적 효용까지 강조하고 있다. 이 이슈는 유명 페미니스트 연예인 한서희 씨도 홍역을 치렀을 정도로 뜨겁다. ‘탈 코르셋 운동’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2017년 7월 26일 서울 명동역 앞에서 열린 여성 건강권과 몸 다양성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 '문제는 마네킹이야'에서 참가자들이 다양한 체형의 마네킹 제작, 전시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꾸밈, 취향과 억압 사이

여성의 꾸밈 활동에 대해 ‘girls can do anything’이라며 아무 문제 없다고 할 수 없다. 화장품·패션·성형 등의 뷰티 산업, 거식증과 같은 섭식장애 등의 사례처럼 꾸밈에 대한 압력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무거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의 꾸밈 활동이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이 구조를 납작하게 보는 시각이다.

역으로 여성의 꾸밈 활동을 ‘세뇌당한 억압’만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 개인의 주체적 취향과 개성을 간과하는 넘겨짚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성에 비해 덜하지만, 꾸밈 활동은 이성애자 남성 포함 성 소수자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매력 어필 요소’다. 남성에게 잘 보이려는 꾸밈 활동도 무조건 수동적이라고 볼 수 없다.

화장품=코르셋?

화장품이나 긴 생머리, 하이힐 자체가 코르셋이라는 시각은 어떨까? 이는 꾸밈 활동과 그 모습을 SNS등에 전시하는 것이 반 페미니즘적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특정 모습이 코르셋이라며 의미를 고정하는 것은 ‘행위 양태’와 그 ‘의도’를 동일시하는 오류다. 사람에 따라 주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야 하는 숏컷이 긴 머리에 비해 꾸밈 노동 강도가 클 수 있다. 숏컷을 했지만 ‘명예 남성’일 수 있다. 남자친구 취향을 맞추려고 ‘본인 취향이 아님에도’ 숏컷으로 자를 수도 있다. 문화 전반적으로 ‘긴 생머리’가 선호되는 것과 개개인이 ‘긴 생머리’를 하는 것을 구별해 봐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만 정확한 ‘운동’도 가능하다.

행위 양태와 의도가 필연적이지 않다는 점은 이미지의 ‘전유’를 가능케 한다. 레이스에 분홍색 일색인 원피스를 입으면 ‘조신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상대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깰 수 있는 것이 한 예다. 어떤 모습이 코르셋이냐 아니냐 가르기보다, 어떤 모습으로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다양한 맥락과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탈 코르셋’의 외연을 더 넓히는 일이다.

소장 화장품을 버리는 탈 코르셋 인증 (출처=트위터)

립스틱 비용 아껴서 투자하자?

‘탈 코르셋’ 운동의 일부 옹호자들은 경제적 효용을 강조한다. 화장이나 패션에 드는 비용을 아껴 주식이나 재테크, 내 집 마련할 것을 조언하며 ‘옷장만 가득한 거지 할머니’라는 비극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정말 ‘운동’이라면, 왜 개개인의 ‘절약’을 이야기하는가? 이미 ‘꾸밈 비용’을 아껴야 할 정도의 경제 수준의 사람에게 ‘주식’이나 ‘재테크’는 공허한 자기계발서나 마찬가지다. 현재 부동산 시장 구조에서 절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은 확률이 낮은 베팅이다. 더 빠른 길은 기본소득이나 비혼 가구 주거복지, 노인복지를 고민하는 쪽이다. 혹은 뷰티 산업의 과도한 마케팅을 비판하는 등 소비자 운동을 벌이는 쪽이다. 그렇지 않고 개개인에게 ‘코르셋을 벗지 못해 낭비한다’는 비난은 여성의 경제 관념을 평가절하하고, ‘커피값 아껴서 차 사라’라는 여성 혐오와 같다.

게다가 이러한 운동의 결정적 한계는, 상대적으로 절약이 절실하지 않은 ‘중산층 이상’의 여성을 포섭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중산층 이상의 여성이 소비를 줄일 때가 주식과 재테크, 내 집 마련의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다. 소비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꾸밈 활동 자체가 본래 비경제적인데 경제 논리를 드는 것은 핀트가 다소 어긋난다. 

페미니즘 판 ‘멋진 신세계’

‘탈 코르셋 운동’은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한다. 과도한 꾸밈 노동의 강도나 비용, 여성에게 기울어진 뷰티 산업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하지만 협소한 기준점으로 여성 개개인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조준이다. 코르셋을 씌우는 남성들과 문화 전반의 시선, 혹은 그것을 부추기는 기업의 마케팅을 노리는 것이 더 ‘탈 코르셋 운동’의 정확한 타깃이다.

코르셋은 다양한 몸들을 ‘고정’함으로써 여성들의 건강을 해쳤다. 지금의 일부 ‘탈 코르셋 운동’도 다양한 맥락을 고정하고 있다. 심지어 꾸밈 노동과 더불어 남성과 섹스하고 연애·결혼하는 것, 남자 아이돌을 ‘덕질’하는 것이 ‘가부장제 부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오히려 더욱 가부장제 시선에 갇힌 모양새다. 구체적 맥락을 간과한 운동은 페미니즘 판 ‘멋진 신세계’로 변질될 것이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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