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기아의 모습을 보면 올 시즌 우승은 힘들어 보인다. 물론 반전을 일으키며 승승장구를 한다면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전력이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무너져 있는 상태다. 선수는 그대로인데 전력은 최소 30%이상 하락한 상태에서 우승은 당연히 힘들다.

다시 불거진 마무리 부재, 추가 트레이드로 해결 가능할까?

기아의 고질적 문제인 마무리가 이번 경기를 망쳤다. 타선이 무기력해 더는 점수를 내지 못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1회 어찌되었든 선취점을 뽑은 상태에서 선발이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남은 1이닝은 팀 마무리가 경기를 정리하는 것이 수순이다.

기아 벤치는 마무리 김세현을 올릴 수 없었다. 역전을 내줄 가능성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이전 경기에서 동일한 경험을 했다. 넉넉하게 앞선 경기, 9회 한 이닝만 막으면 끝인 경기에서 7실점을 하며 역전패를 했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경험한 후 양현종은 완투로 승리를 지켜냈다. 그리고 이번 경기 역시 어쩔 수 없이 완투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불펜이 있다면 벤치에서 먼저 마무리를 내세웠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상황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말 그대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진 선발이 다시 9회에도 올라야 했다.

기아는 1회 대량 득점을 통해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꽉 막힌 타선이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말았다. 지리멸렬하던 한화 타선이 폭발적으로 살아나도록 스윕을 당했던 기아. 그런 기아가 홈으로 한화를 불러 다시 한 번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수요일 경기 샘슨에게 완벽하게 막힌 기아 타선은 목요일 경기에서는 휠러를 공략하지 못했다. 두 선발 투수 모두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기아 타선을 막아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샘슨과 휠러는 반등 가능성을 충분하게 보여주었다.

샘슨은 이미 이전 경기부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방어율도 4점대로 내려가며 한국프로야구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휠러는 기아와 경기 전 방어율이 7점이 넘었다. 선발로서 최악이라 평가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좌완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공략 가능한 상대였다는 점에서 기아 타선은 답답했다.

한화 이글스 휠러 [한화 이글스 제공=연합뉴스]

김선빈과 버나디나가 연속 안타로 나갔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김주찬의 타구가 우익수에 잡혔다. 최형우의 타격도 아쉬웠다. 수요일 경기에서 유일한 2득점을 최형우가 모두 책임졌다. 팀 4번 타자로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역할을 해주기는 했지만, 언제나 그 4번에 대한 기대치는 크다.

평범한 타구로 아웃이 당연했지만, 휠러가 1루 베이스 커버가 늦으며 1사 만루 기회를 잡게 되었다. 나지완이 초구에 밀어내기 사구를 얻으며 1-0으로 앞서나간 상황까지만 좋았다.

문제는 정성훈이 그 역할을 해주지 못했단 점이다. 힘없는 타구는 유격수 직선타로 걸렸다. 병살이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홍재호의 외야 플라이가 나오며 1사 만루 상황을 안타가 아닌 밀어내기 사구로 1점을 뽑은 것이 이번 기아 타선이 한 모든 것이었다.

홍재호와 정성훈의 결과만 다르게 나왔어도 점수는 최소 2점이 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마운드 역시 실점 없이 경기를 하는 전략을 나선다는 점에서 휠러가 승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회에도 기아는 2루 실책과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김선빈의 병살타는 흐름을 막고 말았다.

기아 타선은 3, 4회 연속 2안타가 나오기는 했지만 홈으로 불러줄 결정적 타자가 없었다. 결국 야구는 루에 나가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면 경기는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회에도 4구 2개를 얻은 후에도 병살이 나오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역전을 당한 후 9회 첫 타자인 이명기가 안타로 나가고 실책까지 나오며 최소 동점은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한화에는 마무리 정우람이 있었다. 기아 김세현은 올 시즌 4세이브가 있기는 하지만 6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KIA 김세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잘하는 날과 못하는 날의 경계가 너무 명확하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기아로 옮기며 나름 역할을 해주기는 했지만, 올 시즌 현재까지 마무리로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는 꾸준해야 한다. 그 꾸준함이 믿음을 만들고 결국 경기를 승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9이닝 동안 126개의 투구수로 7피안타, 3사사구, 9탈삼진, 3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9회를 책임지며 3실점을 하고도 패전 투수가 된 양현종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스토퍼로 팀 연패를 끊기 직전 마무리 불 쇼로 날렸던 경기에 이어 다시 반전을 위해 완투를 했지만 타선이 침묵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안치홍과 이범호가 전력에서 이탈해서 생긴 기아의 공백은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 시즌 정점을 찍었던 팀 전력은 많은 이들의 우려처럼 전체적인 전력 하락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경기 수는 많다. 그리고 다시 숨겨진 전력을 내보이며 우승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아 전력은 여전히 롤러코스터다. 그리고 믿기 어려운 마무리로 인해 다시 선발 과부하가 이어지며 팀 전력 전체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 패배의 고리를 막아내지 못하면 기아는 반전을 꾀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카드가 없다. 기존 선수들이 잘해주지 않으면 가을 야구조차 진출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전력이다.

부진했던 이명기가 3안타 경기로 살아나기는 했지만, 구심점이 강하지 않은 기아 타선은 여전히 믿기 어렵다. 선발 야구에 대한 의존이 너무 강하게 되면 여름 중요한 순간 팀 전체가 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기아의 불펜 고민은 풀어내기 쉽지 않은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