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은 상궁이라는 절묘한 방법을 동원해 동이를 위기에서 구하고 사랑을 전달했던 숙종과 자신의 마음을 다시 보고받게 만드는 상선영감은 <동이> 32부의 재미였습니다. 신분을 떠나 사랑은 언제나 황홀하고 달콤하며 아름다울 수밖에 없음은 만고의 진리인 듯합니다.

자승자박에 빠진 옥정을 최후로 이끄는 모략들

1. 상선영감 숙종의 사랑을 이끌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동이와 숙종은 이젠 거칠 것이 없습니다. 흔들리고 불안했던 마음을 다잡게 만든 숙종의 굳건함은 동이에게는 무엇보다도 커다란 힘으로 다가옵니다.

사랑에 들뜬 숙종은 공부 중에도 기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한없이 웃기만 하는 숙종은 처음 사랑을 하는 소년의 모습처럼 천진난만하기만 합니다. 그저 사랑에 빠져 정신이 없는 거 같아 걱정스러운 신하들에게 숙종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수한 그들에게 지적을 할 정도로 치밀한 성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동이 역시 자신이 넘어서야 할 산들이 많음에도 숙종이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있음과 자신도 숙종을 얼마나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난 이후에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감찰부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던 동이는 내명부에서 익혀야만 하는 수많은 것들에 답답하기도 합니다.

숙종의 속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상선영감은 꾸준하게 숙종이 차마 밖으로 내보이지 못하는 자신을 드러내게 합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상선영감의 핵심을 꼬집는 한마디는 언제나 숙종을 놀라게 합니다. 마음속으로 품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자신을 대변하는 상선영감은 숙종과 동이의 사랑을 완성하게 만드는 가교입니다.

둘의 사랑이 확인된 상황에서 상선영감의 관심사는 숙종과 동이의 합방입니다. 승은상궁이 된 동이가 새로운 처소로 옮겨가면 자연스럽게 합방이 이뤄지겠지만 여러 가지 일들은 그들의 합방을 더디게만 합니다. 중전과의 대립 관계에 있는 동이를 보필할 나인들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전 측에서 만들어낸 음모는 결국 숙종만 애달게 합니다.

그런 숙종의 마음과 상선영감의 바람이 합해진 주막 데이트는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이 되었습니다. 이젠 오랜 술벗 같은 황주식, 영달과 함께 하는 그들의 주막 데이트는 가족 모임처럼 훈훈하기만 합니다. 술 취한 영달로 인해 숙종이 동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명확해집니다.

로맨틱한 상황에서 주인공을 극적인 상황으로 이끄는 비는 그들에게도 찾아옵니다.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선 주막의 방은 그들을 호흡곤란으로 이끕니다. 마치 첫 사랑이라도 하듯 한없이 요동치는 가슴은 너무 사랑하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숙종의 동이에 대한 마음이 아이처럼 잘 표현되었습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숙종과 동이는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장난이라도 치듯 뽀뽀를 하게 되고 사랑이 듬뿍 담긴 키스로 이어집니다. 격정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 그들의 장난스러운 키스에 이은 진심어린 키스는 그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사랑의 감정이 그대로 보여 졌던 멋진 장면이었죠.

2. 자승자박에 빠진 옥정

동이가 행복해지만 해질수록 옥정은 힘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숙종의 사랑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그들이 행했던 수많은 악행들을 모두 알고 있고 있는 동이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비록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오라버니인 희재를 구하기 위해 동이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한 옥정은 아닙니다.

옥정 뿐 아니라 남인들과 옥정의 오라버니와 어머니까지 모두 동이를 몰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들을 동원하기 시작합니다. 동이를 보필하는 나인들에게 은밀하게 약을 먹여 괴질을 불러오고 이를 정치적으로 풀어가기 시작하는 그들로 인해 동이는 위기에 봉착하지요.

원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충분한 여론전으로 활용되어지고 보여 지는 모습만으로 궁은 술렁거리기만 합니다. 괴질이 돌기 시작한 시점이 동이가 승은 상궁이 되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그들의 전략은 많은 힘을 얻기 시작합니다. 가장 강력한 타격은 세자가 머무는 처소의 나인들마저 동일한 질병에 시달리자 동이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기만 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 상 음모가 분명해 보이지만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동이를 더욱 압박하기 위해 옥정은 남인들과 함께 동이를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괴질의 근원을 차단한다며 동이가 있는 숙소를 막고 궁녀들을 잡아들이기까지 하지요.

그런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동이는 서슬 퍼런 옥정에게 직접 찾아가는 강수를 둡니다. 호랑이 굴이나 다름없는 그곳으로 향한 동이는 옥정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 궁녀들을 풀어주고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며칠간의 시간을 달라합니다. 왕도 어쩔 수 없는 내명부의 일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옥정이 아니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동이에게 목숨이라도 담보할 수 있냐며 조롱하지만 동이는 목숨을 걸 테니 시간을 달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괴질이 전염병이 아닌 의도적인 누군가의 모함임을 확신하는 동이로서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궁녀들의 안위를 챙기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함을 직접 풀어내기 위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옥정과 희재 남매의 마지막 희망인 청나라의 세자 고명은 가능한지 알 수 없습니다. 잘못된 등록유초가 어떤 역할을 할지와 모든 상황들을 알고 있는 동이와 심운택이 안위만 확보한다면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죽음으로 이끄는 급행 티켓이 될 수밖에는 없게 됩니다.

명분 싸움은 다양한 모함들을 낳고 그런 모함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드는 정치에서 동이가 선택한 길은 단 하나입니다.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굳은 믿음이 그녀를 하나로 만들고 결국엔 승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지요.

강한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닌 최후에 남는 자가 강한 자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진리입니다. 더불어 그렇게 마지막까지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동이 역시 후대 왕의 어머니가 된 이유는 강한 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정의로움을 무기로 살아남은 그녀는 그래서 위대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죠.

너무 강해 꺾여 버리는 옥정과는 달리 유하면서도 끈질겼던 동이의 삶은 결국 마지막에 남는 자가 강한 자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드라마에는 드라마가 가질 수 없는 '허용'이라는 창의력이 있습니다. 시에도 시적 허용이 있듯 이야기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해 다양한 가능성들을 열거하는 방식은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재미이고 방식이지요. 그동안 만들어진 모든 사극도 그런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허용의 범주 내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진 것처럼 <동이> 역시 그런 상상력이 만들어낸 드라마일 뿐입니다.

마지막 고비를 남겨둔 동이. 자승자박에 빠져 더 이상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깊숙하게 빠져들기 시작하는 옥정은 그렇게 운명을 달리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동이와 숙종의 사랑과 삶은 2, 3회가 지나면 시작될 것으로 보여 지지요. 매력적인 재미로 다가오는 <동이>가 어떤 모습들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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