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거둔 성과 가운데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세대교체 성공을 들 수 있습니다. 세계 축구계가 전반적으로 기술 좋고 퓨전 축구에 능한 젊은 선수로의 '권력 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서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 흐름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이며 나름대로 성과도 냈습니다. 기성용, 이청용 등 해외 경험이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 요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비록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이승렬, 김보경도 막판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는데요. 강한 팀을 상대해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으로 첫 월드컵 경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이들은 앞으로 한국 축구 10년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역으로서 밝은 미래를 내다보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세대교체가 끝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4강까지 오른 독일 대표팀처럼 꾸준한 선수 발굴과 인재 양성을 통해 보다 더 실력 있는 젊은 선수들을 가꿔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세대교체는 딱 시간을 정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이면서도 중단 없이 이어져야 진정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이번 월드컵 이후에도 지켜봐야 할 젊은 선수를 꼽는다면 바로 현재 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는 대표 선수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지금 당장 성인 대표팀에 들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있습니다.
월드컵 엔트리 경쟁에서 막판 아쉽게 탈락한 구자철(제주)은 차세대 중원 사령관으로서 허정무호에 자주 오르내렸던 유망주였습니다. 성인 대표팀에 아쉽게 탈락한 뒤 곧바로 올림픽 팀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존재감이 대단한 구자철은 이번 월드컵에서 낙마한 아픔을 딛고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4년 뒤를 바라보고 있을 것입니다. 구자철, 이승렬, 김보경과 더불어 U-20 월드컵 8강을 함께 이끌어 낸 김민우(사간 도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생 선수로서 지난해 높은 골 결정력과 재능 있는 측면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김민우는 일본 J2리그에서 조금씩 성장하면서 성인 대표팀 진출을 노크하고 있습니다. 또 공격수로서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좋은 조영철(알비렉스 니가타)이나 박희성(고려대), 중앙 철벽 수비를 책임질 김영권(FC 도쿄), 홍정호(제주) 등도 미래가 기대되는 태극전사들입니다. U-17 대표 시절, 축구 천재라는 말을 들었다가 오해 섞인 발언 때문에 잠시 아픔을 겪기도 했던 윤빛가람(경남)은 '새내기 조련사' 조광래 경남 감독을 통해 도약을 꿈꾸며 차세대 스타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룬 뒤에서야 태극전사들이 해외 유수 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2010년에는 이미 유럽 선진 축구를 경험한 뒤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잘 갖춰진 인프라에 맞춰 무럭무럭 성장하는 선수들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선진 축구를 배우는 선수들이 늘면서 창의적이고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지고, 체계적인 틀 안에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여 실력을 쌓게 되면서 보다 탄탄하고 기술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얻었습니다. 이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 등을 발견할 수 있었고 앞으로 이 같은 선수들 또는 이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을 접하게 되면서 한국 축구가 세계적 수준에 걸맞게 서서히 진화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질적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선수 개개인 그리고 팀 전체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축구계가 제대로 된 환경 조성을 해주고 덩달아 꾸준하게 좋은 전력을 갖춘 대표팀의 면모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적어도 현재 곳곳에 뿌리내려 있는 유망한 선수들의 기량만 놓고 보면 말입니다. 2002년 4강, 2010년 원정 첫 16강 이상의 쾌거를 2014년 브라질, 또는 올림픽이나 클럽 대항전 등에서도 보여주는 한국 축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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