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정관용, 김제동 그리고 김미화. 이제는 더 이상 KBS에서 볼 수 없게 된 이들의 이름이다. 물론, 할 사람은 많고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 방송가의 현실이다. 프로그램 진행자의 하차 여부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판단일 수도 있다. 허나 하나 같이 그 이유들은 석연치 않았다.

7년 넘게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진행했던 윤도현 하차의 경우, 그 결정이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제작진은 윤도현을 하차시킬 계획이 없었는데, 이사회에 '윤도현 하차'를 보고하기 위한 '모종의 힘'이 작용, 급히 결정됐다는 것이 당시 취재 기자들의 증언이었다.

<심야토론>을 진행하던 정관용의 하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디오까지 합치면 거의 일주일 내내 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손석희와 함께 가장 경쟁력 있는 토론 진행자이던 정관용은 단순히 개편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의 이사를 맡고 있다는 이유가 아니겠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결정판은 김제동이었다. 유재석-강호동의 양강 체제에서 그나마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MC였던 김제동이 '제작비 절감'이라는 이유로 <스타 골든벨>에서 하차했다. KBS는 그 때에도 '정치적' 이유는 아니라고 둘러댔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김제동은 마지막 녹화 3일전이 돼서야 하차를 통보받았다고 했다. 이후 김제동의 행보는 아시다시피 이다.

어제(6일), 트위터에 남긴 짧은 멘션 하나 때문에 개그우먼 김미화가 곤죽이 되고 있다. 그녀가 KBS내부에서 들은 얘기로는 KBS에 출연금지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김미화는 출연이 안 된다고 한다. 그녀가 실망한 건 출연금지문건이 아니라 20년 이상 동고동락했던 PD들이 아무도 나서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편향된 이야기', '누군가의 과잉충성'에 침묵하며 너무나도 잘 아는 동료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자, 이제는 나서야 할 때이다. 김미화 스스로도 '한심하다'고 했지만 그 한심한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PD들이 밝혀줘야 한다. 정리된 형태의 문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이 KBS에 출연하지 못하는 이유가 오고가고 있는지, 오고 갔었는지 밝혀줘야 한다.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은 논란 이후 단 한 번도 KBS에 출연하지 못했다. 일선 PD가 김미화를 쓰고 싶더라도 윗선에서 '논란이 되는 사람을 굳이 왜 쓸라고 해'라고 한 마디를 던지면 그게 바로 '블랙리스트'이다.

얼마 전, 대통령은 '어설픈 사람들의 충성 경쟁'이 사회를 어지럽힌다고 했다. KBS를 어지럽히고 있는 어설픈 사람들은 누구인가? 외부의 경쟁에 의해 끌려나오기 전에, 내부에서 스스로 그 어설픈 이를 밝혀낼 순 없는 것일까? 이제는 말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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