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의 우승 도전이 좌절됐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도 국가와 대륙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한 선수의 투지는 대단히 돋보였습니다. 바로 우루과이의 핵심 에이스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포를란이 7일 새벽(한국시각),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선발 출장해 이번 월드컵 4호골을 넣는 등 분전을 펼쳤습니다. 비록 아쉽게 2-3으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우루과이에 포를란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을 만큼 상당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영국 BBC는 포를란이 월드컵 MVP급 활약을 펼쳤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주요 외신들 역시 포를란의 활약상에 크게 칭찬을 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선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온 포를란은 '전통의 강호'였지만 지금은 많이 무너졌던 우루과이 축구를 살리는데 혼신의 힘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상대의 기를 꺾는 통렬한 골을 뽑아내는가 하면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 이타적인 플레이도 능한 모습을 보이며 우루과이 선수들 가운데서도 단연 주목받았습니다. 이번 4강전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꺼져가는 불씨를 또 한 번 살리는데 큰 일을 해냈는데요.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40분 왼발 중거리 슛으로 1-1 동점을 만드는 골을 기록하면서 지난 8강전 가나와의 경기에 이어 또 한 번 진가를 드러냈습니다. 호쾌하고 정확한 중거리 슈팅 능력이 일품인 포를란의 장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경기에서 포를란은 혼자 고립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습니다. 파트너인 루이스 수아레즈(아약스)가 8강전에서 핸드볼 파울로 퇴장 당해 사실상 혼자 공격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떨어진 체력에도 아랑곳 않고 포를란은 종횡무진 공간을 만들어내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따금씩 터트리는 중거리포와 정확한 세트 피스는 네덜란드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거의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포를란은 후반 39분 교체돼 나갈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습니다. 팀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희생정신이 대단히 돋보였습니다.

포를란이 분전을 펼친 것은 나름대로 이유도 있었습니다. 아버지 파블로 포를란이 지난 1974년 서독 월드컵에 출전해 네덜란드에 0-2로 패했던 경험을 씻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더불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강호들이 8강에서 잇따라 떨어진 가운데서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식도 강했습니다. 이것이 포를란을 자극시켰고, 경기 조율, 공격 기회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진출 이후 다시 기량을 회복하면서 득점왕도 차지한 바 있던 포를란은 2009-10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상승세를 보여왔는데요. 그 역량을 월드컵에서 그대로 보여주면서 조국에도 40년 만의 4강 진출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득점왕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우루과이 팀이 '원맨팀'에 버금가는 전력을 이번에 보여줬다고 하지만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공격수가 있다는 것은 대단히 부러워 보이기만 했습니다. 아무리 많이 뛰어도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보다 '한 방'을 갖춰 상대 수비의 진을 빼는 포를란의 플레이는 분명히 우루과이를 이번 월드컵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완전히 재발견한 스타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오른 디에고 포를란. 비록 우승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3-4위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우루과이 축구, 그리고 남미 축구의 마지막 힘을 과시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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