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법 개정 논란으로 차질을 빚던 4월 임시국회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논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사실상 막을 내린 분위기다. 이같은 파행 사태에 국회에서 다뤄야할 주요 법안들은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넘겨질 게 확실시 된다.

▲텅빈 국회 본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4월 임시국회는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본회의 개최 당일 바른미래당이 급작스럽게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의제로 내세우면서 공전이 시작됐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가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이른바 '언론장악방지법'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장악방지법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의원 162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 법안이다.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 비율을 여야 7대6으로 하고, 사장 추천시 이사 2/3 이상 추천을 받게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이 법안의 골자다. 야당은 민주당이 정권이 교체되자 말을 바꿨다며 공세를 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야당의 주장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물론 민주당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언론장악방지법을 발의할 당시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천한 인사들로 인한 '방송장악' 논란이 있었던 시기다. 공영방송 KBS, MBC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해 신뢰를 상실했고, 언론인들에 대한 탄압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발의된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특히 언론장악방지법 부칙에 수록된 '법안 통과 3개월 내 새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이 법안의 성격을 증명한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노조의 방송장악법"이라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이 법안을 묵살했다.

정권이 교체되고 공영방송 정상화 작업이 이뤄지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영방송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시민에게 공영방송 사장 인사권을 돌려주자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등이 새로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법안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안에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미래방송발전위원회안을 포함해 방송법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를 이뤘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미래방송발전위가 1/3 중립이사를 임명하는 새로운 안을 내놨고, 본격적으로 법안 논의가 시작될 시점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언론장악방지법을 원안 통과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피감기관 돈 해외출장 논란은 야당의 국회 파행에 힘을 실어줬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김 전 원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결국 김 전 원장은 직을 내려놨다. 여기에 최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야당은 물 만난 듯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3일 야3당 지도부는 아침 회동에서 '드루킹 특검'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4월 임시국회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이번 4월 국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헌법자문위원회 자문을 받아 발의한 개헌안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개헌과 더불어 함께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은 한국 정치의 체질개선을 이룰 수 있는 개혁적 안건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더한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야당이 반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야당도 개헌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점은 기존 논의에서 진일보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내놓은 3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번 추경은 청년 일자리 대책에 2조9000억 원, 기업 구조조정 등 지역 대책으로 1조 원이 편성돼 있었다. 야당이 말로는 청년 실업률을 운운하며 경제 실패를 말하고 있지만,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 직후 일몰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당초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늦어도 4월 임시국회에서는 일몰 여부를 국회가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법안은 국회가 과거 결정했던 사안으로 사실상의 정책 결정권이 국회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회 파행으로 아무런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법안이 일몰될 위기다.

24일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4월 국회는 법에 의해서 소집됐고, 국회 정상화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개학을 했으면 학생이 학교에 등교부터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지, 정상수업은 제쳐두고 방과후 수업이나 특별활동을 요구하면서 등교를 거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수석은 "4월 국회가 7일 남았다"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의 봄을 국회가 같이 거들지는 못할망정, 훼방은 놓지 말라고 말씀하시는데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쟁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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