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북한이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 노선을 공식 폐기했다. 그 대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전략 노선을 내놨다. 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로동신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움직임이 선의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미래 핵은 포기할 테니까 현재 핵을 가지고 협상을 시작하자 하는 얘기”라며 “미국이 어떤 반대급부나 선물을 준비해서 오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핵 포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북한은 전체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뉴스이자 큰 진전”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핵을 수출하거나 핵 기술을 수출하거나 사용하지 않겠다는 얘기 같은 것은 북한이 요구하는 수교나 평화협정을 체결해 달라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북미 협상이 잘되지 않는다면 기술 이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기존의 핵을 이용해 평화협정 등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이 같은 선언을 남북정상회담이 아닌 전원회의에서 공개한 것에 대해선 “미국이나 한국에 군사적으로 압박하지 말고 경제협력을 할 수 있는 준비도 좀 해서 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시기에 대해선 “2~3년 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기술적으로 북한이 2년 이내에 비핵화를 못 끝낼 건 없다”며 “비핵화를 하는 대신 미국도 화끈하게 북미수교 문제나 평화협정 문제에 속도를 내주면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북한의《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결정문 원문이다.

▲ 첫째, 당의 병진로선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과정에 림계전핵시험과 지하핵시험,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초대형핵무기와 운반수단개발을 위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핵무기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다는것을 엄숙히 천명한다.

▲ 둘째,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중지할것이다.

핵시험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할것이다.

▲ 셋째, 핵시험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것이다.

▲ 넷째,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것이다.

▲ 다섯째, 나라의 인적, 물적자원을 총동원하여 강력한 사회주의경제를 일떠세우고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투쟁에 모든 힘을 집중할것이다.

▲ 여섯째,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적환경을 마련하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련계와 대화를 적극화해나갈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