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은 비주얼만으로도 인기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닉쿤이, <우리결혼했어요>를 통해, 드디어 예능의 길을 찾은 듯 하다. 이제 고작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으나, 2PM 닉쿤과 F(X) 빅토리아 커플의 재미와 화제성은, 아담커플 '조권-가인'과 용서커플 '정용화-서현'을 앞지르는 형국이다.

물론 '닉쿤-빅토리아' 커플이 새롭게 가세한 만큼,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재미는 관심과 다른 측면이다. '닉쿤-빅토리아' 커플은,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재미와 관심'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음으로써, <우리결혼했어요>에 단순한 활력소를 넘어 대표커플로 초반부터 입지를 굳힐 태세다.

우결 닉쿤, 나쁜남자가 될 수 있나?

그동안 우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던 건, 바로 정형화된 패턴이다. 만남->데이트->결혼->짧은 신혼생활로 이어지다가 이별하는 패턴은, 식상하지만 출연자가 아이돌이 주축이란 점을 고려할 때, 시청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우결의 출연자들이, 지나치게 정형화된 부부역할을 찾는다는 점이다. 가상 결혼이고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캐릭터는 중요하다. 초반에 잡힌 통통 튀던 캐릭터가, 여성출연자는 실리를 추구하는 여우같은 아내의 모습을, 남성출연자는 아내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는 곰같은 남편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획일화되는 경향을 띤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는 만큼, 연애와 결혼생활이 늘 순탄할 수는 없다. 얼굴을 부딪힐수록 의견충돌도 이뤄지고, 상황에 따라 갈등이 불거질 경우, 자신의 성격에 맞는 문제해결방안을 찾게 된다. 그러나 <우결>속 부부들은 자신의 이미지와 시청자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갈등이 드러날 때면 캐릭터를 잃어버린다. 일부러 피하거나 무난한 그림을 쫓아, 덮고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우결>의 이러한 패턴은, 오히려 '닉쿤-빅토리아' 커플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들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글로벌커플이다. 남자는 태국인이고, 여자는 중국인이다. 한국보단 자국문화에 익숙하다. 물론 지금은 데이트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결혼생활에 접근할수록, 문화적인 충돌이 야기될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의 결혼문화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볼 때, 정형화된 부부의 모습보단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가치관의 충돌, 돌발적인(?) 장면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커플들은 한국의 결혼문화라는 동그란 거울 밖을 뛰쳐나갈 힘이 부족했다. 시청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닉쿤과 빅토리아는 세모 혹은 네모난 거울로 접근해도 시청자가 이해하는 어드밴티지가 있다. 국적과 문화가 다르다는 인식을 하고 바라보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어떤 가치관이 접목된다해도, 거부감보단 재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중요한 건, 닉쿤과 빅토리아의 태도다. 특히 착한남자의 아이콘 닉쿤이 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다면, 재미의 내용적인 측면도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아무리 닉쿤이 배려가 넘치는 매너남이라해도,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것마저 모두 빅토리아에게 양보하는 착한남자를 고집한다면, 급상승한 우결속 닉쿤의 인기도 그만큼 빠르게 식기 쉽다. 착한남자가 오히려 닉쿤의 이미지를 식상하게 고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굳이 나쁜남자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무조건 참고 배려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닉쿤의 고집, 솔직한 의견과 거침없는 반응도 터져 나와야, 시청자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배려와 이해의 아이콘은, 여성의 로망으로 떠오를지는 모르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만약 한 꺼풀 벗겨진 남자 닉쿤의 모습을 <우결>에서 볼 수 있다면, '닉쿤에게 이런 면이?'라는 또 다른 관심으로, 예능의 블루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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