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으로 인해, KBS 2TV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이 결방을 피하기 위해, 하이라이트 편집본으로 대체 방송을 내보냈다. 또한 형제코너 <남자의자격> 역시 마찬가지로, 사실상 4일 방송된 해피선데이는 본방 대신 재방송으로 채워진 것이다.

재방송이란 약점에도 불구하고, 해피선데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호평을 받았던 방송분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했을 뿐 아니라, <1박2일>을 하차한 김C까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의자격> 또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던 마라톤 편 등이 본방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적절했을 뿐 아니라, 최근 지나치게 강한 인상을 남긴, '남자의자격=월드컵'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낳았던 것도 득이었다고 할 수 있다.

1박2일 결방, 절묘한 타이밍?

그러나 아무리 재미를 보장하는 편집본이라해도, 재방송은 본방의 신선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기대감이 줄고, 시청자를 붙들 수 있는 힘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 결방은 해피선데이에 독이라기 보단 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타이밍이 절묘했기 때문이다.

<1박2일>의 멤버 MC몽이, 최근 병역면제 의혹을 받고 수사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병역의무를 일부러 회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치아를 뽑아 면제를 받았다는 불명예스런 의혹은, 그 '의혹'자체만으로도 MC몽에 대한 불만과 비호감을 부르기 마련이다. 이것은 수사결과가 발표되기까지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하몽쇼>만 봐도, MC몽의 출연자체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정도다. 그렇다면 <1박2일>이라고 해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단순히 그에 대한 논란을 떠나, 재방이 아닌 본방에서 시청자의 이탈을 눈으로 확인한다면, <1박2일>을 즐겨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MC몽은 미운털이 박히기 쉽고, 제작진에게는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MC몽과 <1박2일>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그의 결백을 입증할 시간. 그 와중에 KBS노조의 파업이 이뤄졌고, 본방대신 재방송이 나갔다. MC몽과 관련된 논란이, 자칫 <1박2일> 전체로 퍼져 나갈 수 있었던 상황을, 비켜 갈 타이밍으로 적절했다. 다만 소나기를 피한 것에 불과하다. MC몽과 <1박2일>을 위해서도, 병역면제의혹과 관련된 수사결과 발표는 빠를수록 득이다.

반면 <남자의자격>은 <1박2일>에 비해, 결방으로 인해 손해를 본 측면이 크다. 최근 핫한 예능으로 부각된 일밤 <뜨거운형제들>도 신경이 쓰이지만, <패밀리가떴다>를 종영시키고 유재석을 앞세운 일요일은좋다에 새코너 <런닝맨>이, 이번 주에 베일을 벗기 때문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존재감만으로도, 시청자에게 어필 가능한 최고의 MC들이다. <런닝맨>이란 프로그램자체보단, 유재석에 대한 믿음이 앞선다. 때문에 국민예능 <1박2일>이라면 고전할지 모르나, <남자의자격>이라면 유재석의 존재감만으로 충분히 붙어 볼만한 상황이다.

만일 장기결방사태를 초래한다면, <남자의자격>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1박2일>은 <무한도전>의 케이스처럼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유재석의 <런닝맨>이 <1박2일>을 피한다면, 일요일저녁에 또 다른 승자로 무혈입성할 공산이 크다. 그동안 <남자의자격>이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방과 유재석의 컴백은 '남격'에 있어, 지독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일요예능의 쌍두마차였던 <1박2일>과 <남자의자격>이, KBS노조의 무기한 파업으로 인해, 기약 없는 결방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았다. 자체 내에 손익계산서 뿐 아니라, 상대프로그램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단기 쇼크는 커버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남자의자격>뿐만 아닌 <1박2일>에도 위기의 여파가 미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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