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어제 경기에서 타선이 13점이나 뽑았지만, 마운드가 붕괴되어 연장 끝에 패했고, 오늘 상대 선발이 LG에 강한 장원준이라는 점에서 예정된 패배였으나, 결말은 더욱 씁쓸한 강우 콜드 패배였습니다.
LG는 부상 중인 정성훈과 타격감이 좋지 않은 이대형을 선발 출장시키지 않았는데, 정성훈의 공백은 하위 타순의 약화를, 이대형의 공백은 외야 수비의 약화를 초래했습니다. 선발 박명환이 1회초 2사 후 이대호에게 선제 2점 홈런을 허용한 것은 그렇다 쳐도, 3회초 2실점은 어설픈 실책성 수비가 3번 연속으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1사 후 손아섭의 타구는 담장을 직격했는데 그 와중에 이택근이 우왕좌왕하며 2루타가 되었습니다. 이택근이 펜스 플레이를 원활하게 했다면 발이 느린 손아섭을 1루에 묶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어 이병규는 홍성흔의 타구를 노바운드 처리하려다 뒤로 빠뜨리며 적시 3루타로 둔갑시켜줬습니다. 그리고 박명환은 자신에게 향한 이대호의 강습 타구를 처리하며 3루 주자를 전혀 인식하지 않고 1루에 송구하느라 여념이 없어 3루 주자 홍성흔의 득점까지 이어졌습니다. 만일 박명환이 2루수 권용관의 콜에 따라 홈에 송구했다면 추가 실점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습니다. 3:0과 4:0의 차이는 매우 큰데, 외야수들의 잇단 실책성 수비가 박명환의 평정심을 상실하게 한 것입니다.
실책성 수비의 연발은 이대형이 라인업에서 제외되고 이병규가 중견수, 이택근이 좌익수로 배치되면서 예견된 것이기도 합니다. 주니치 시절 발이 느려져 수비 범위가 축소된 이병규는 국내 복귀 후 좌우 코너 외야수만 맡아 왔고, 이택근은 1루수와 중견수 외에는 수비가 불가능한데, 이대형이 제외되고 이병규와 이택근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기용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차라리 어깨는 약하지만 타구 판단 능력이 뛰어나고 수비 범위가 넓은 박용택이 중견수, 이병규가 좌익수, 이택근이 1루수 혹은 지명 타자로 배치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부상으로 정성훈 대신 김태완이 출장하면서 하위 타순이 약화된 것도 무기력한 공격으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입니다. 2회말 1사 후 조인성은 좌익수 김주찬이 원 바운드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사이 3루로 향하다 횡사했는데, 어떻게든 1사 3루를 만들어야겠다는 의도로 3루를 팠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인성과 유지현 3루 코치를 탓하기 어려운 것이, 만일 조인성이 2루에 머물러 1사 2루가 되었더라도 후속 타자 김태완, 오지환, 권용관에게 적시타가 나왔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김태완, 오지환, 권용관은 소위 ‘쉬어가는 타순’이 되어 7타수 무안타에 볼넷 하나만을 얻었을 뿐입니다.
초반 제구가 좋지 않은 장원준을 상대로 1회말 공격에서 1사 후 이진영이 볼넷을 골라 출루한 후, 이택근의 타격이 아쉬웠습니다. 이택근은 풀카운트에서 높은 볼에 방망이를 내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는데,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면 1사 1, 2루의 기회가 이병규로 이어지며 장원준을 압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장원준이 초반에 제구가 좋지 않다는 것은 어지간한 야구팬들조차 다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인데, 왜 신중하게 고르지 않고 굳이 쳐서 나간다는 자세로 임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시속 145km도 나오지 않지만 좌완이라는 이유로 장원준에게 연승을 헌납한 것을 보면, 1.5군급 투수가 아니면 도저히 공략하지 못하는 LG 타선의 명백한 한계가 다시 입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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