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지부)의 파업이 77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효성)가 노사 중재를 선언했지만 중재안이 한 달 가까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YTN 사태 해결을 위해 "규제기관의 수장으로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심정으로 엄정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위원장은 YTN 노사 대표를 번갈아 만나며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중인 YTN지부 측에서는 방통위가 사태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YTN 사측이 '비공개' 약속을 깨고 사측 중재요구안을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판 깨기' 의혹이 불거진 상태에서 방통위의 중재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1일 열린 임원회의 이후 YTN 사내에는 사측의 중재요구안이 퍼져나갔다. 사내·외로 알려진 사측 중재요구안에는 최남수 사장의 재신임을 묻는 중간평가를 정규직 사원 665명을 대상으로 8월 말 실시하고 60% 이상의 반대표가 나올 경우 최 사장이 사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연합뉴스 자료사진)

방통위가 이번 중재에 있어 '비공개'를 원칙으로 세웠는데 YTN 사측이 이를 파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측 중재요구안이 알려진 이후 일각에서는 사측의 '중재 판 깨기' 의혹까지 일었다.

YTN 사측이 중재요구안을 공개한 것도 문제지만, 중재를 주도하는 방통위가 한 달 가까운 시간동안 중재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 역시 YTN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노조 측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방통위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이전까지를 협상 시한으로 잡았다. 방통위는 애초 이번 주 초 쯤 중재안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방통위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한이 연장되었다고 봐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지난달 7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삼성에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제보를 넘겼다는 의혹이 불거진 류제웅 전 YTN기조실장을 규탄하고, 최남수 YTN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미디어스)

이를 두고 YTN지부 측에서는 방통위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진수 YTN지부장은 1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방통위원장이 중재에 나선지 한 달이 지났다. 방통위가 YTN사태에 대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지부장은 "방통위가 남북정상회담을 데드라인으로 잡았다고 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라며 "27일을 협상시한으로 두면 노조가 방통위 중재를 기다린지 38일째가 된다. 파업기간 절반 가까이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지부장은 "노동자가 80일 가까이 생계를 끊고 있는 상황에서 일당을 받아가는 최남수 사장에게는 방통위가 책임을 전혀 묻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국민세금 투입된 준공영언론을 방통위가 한 달 넘게 방치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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