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고 떠오른 선수를 꼽는다면 바로 '차미네이터' 차두리(셀틱)입니다. 한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절치부심의 노력 끝에 태극마크를 다는데 성공한 차두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자기 몫을 100% 이상 해내면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부터 2년 계약 제의를 받고 서른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펼치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개인적으로는 2002년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최고의 봄날'이 차두리에게 찾아온 것입니다.

셀틱과의 계약이 확정된 뒤,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과 함께 독일-아르헨티나 월드컵 8강전 경기를 직접 해설했습니다. 사실 예상치도 않게 해설을 맡게 됐고, 차범근 위원의 옷을 빌려 입을 만큼 경황도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차두리는 4년 전보다 더 뛰어난 해설 실력을 과시하며 시청자들로부터 높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경험, 그리고 유럽 축구에 대한 지식을 수준 높은 입담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고, 재치있는 농담으로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등 해설위원으로도 대단히 재능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축구팬들은 "도대체 못 하는 게 뭐냐", "너무나도 반가웠다"는 반응들을 보이면서 차두리 '해설위원'에 또 한 번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 (더반=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3일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에서 차두리와 오바페미 마틴스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2010.6.23

대표팀 훈련장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경기를 뛰는 모습이라든가 이번 같은 TV 해설을 통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차두리는 그 누구보다도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이 몸에 베어 있는 듯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대스타' 아버지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축구가 무엇인지를 익혀 온 차두리는 다른 국내 선수들과는 다르게 진정으로 즐기는 마음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오면서 누구보다도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줘 왔습니다. 경기장 안에서는 열심히 뛰면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바깥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 축구를 알리기 위해 밝은 모습으로 해설도 하고 인사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인간적이면서도 투쟁심 넘치는 면모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이 됐고, '신드롬 현상'까지 생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차범근 위원이 아들 차두리를 참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존 한국 축구 선수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차두리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무대로의 진출도 이뤄내면서 서른 줄에 접어드는 나이에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차두리가 2010년 들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2002년 이후 8년 가까운 시간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2의 고향'과 같은 독일이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고 대표팀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난을 겪었던 것은 차두리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힘들고 어렵게만 느껴졌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를 알게 됐고, 무작정 괴롭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즐기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해 냈습니다. 그런 내적인 변화가 그를 더욱 거듭나게 했고, 마침내 지금과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차두리에게 설레는 도전이 될 셀틱 입단은 어쩌면 또 다른 변화를 가져다 줄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 큰 활약을 보여줄 것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은 평소에 긍정적인 마인드로 축구를 즐기다시피 하는 그의 모습에 신뢰감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됐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특유의 넉살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월드컵에서 보여준 당당한 모습을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도 뿌리내리는 차두리의 미래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중계가 끝나면서 차범근이 아들에게 "차두리 화이팅"이라고 쑥스럽게 말한 것은 어쩌면 우리 축구팬들 모두가 말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차미네이터'의 위상을 새 무대에서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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