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셀프 후원 등 자신에게 제기된 논란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여기에 민주당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까지 겹치면서 호기를 잡은 자유한국당이 물 만난 고기처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17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을 규탄하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무기한 철야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의원 연루설을 주장하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17일 국회 본관 계단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댓글 조작,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황제 갑질을 끝장내고, 혹세무민하는 관제개헌, 나라 곳간을 거덜 내는 포퓰리즘을 막아낼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을 끝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보복에 함몰된 무자비한 정권의 국정운영 행태를 국민과 함께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며, 헌법 위에 군림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장제원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당은 드루킹을 '과대망상증 환자'로 몰고, 김 의원은 '과대망상증 환자' 만나러 유령출판사에 두 번씩이나 가고, 청와대는 '과대망상증 환자'로부터 오사카 총영사 후보 인사추천을 받아 면접까지 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엉망진창, 오락가락에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고 한다. 17일자 언론에는 민주당 최고위층까지 보고를 받았다고 전하고 있고, 대통령의 최측근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진상조사의 주체'가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범죄 피의자의 입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면서 "민주당과 김경수 의원은 거짓변명을 멈추고 특검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자진사퇴한 김기식 전 원장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민정라인의 사퇴도 요구하고 나섰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번 김기식 파동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조국 민정수석"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동의서에 잔여 정치자금 항목이 없네, 해외출장은 적법 운운하는 구차한 모습을 보니 권력이 좋긴 좋은가 보다"라고 비난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조국 민정수석은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사검증 실패 말고도 대통령 잘못 모신 죄, 내각무시 개헌안 작성죄, 법무부 패싱 검경 수사권 조정 발표로 갈등을 유발한 죄 등 대통령의 비서로서 사퇴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면서 "전임 최흥식 원장의 채용비리 검증실패에 이어 김기식 원장의 검증, 재검증 실패까지 야구로 따지면 이미 삼진아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수석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임 실장 또한 조국 민정수석보다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라면서 "김기식 전 원장이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모자란다고 시인했으면 대통령께 해임 건의를 하는 것이 도리인데도 오히려 '김기식 감싸기'의 총지휘를 했다"고 주장했다.

▲17일자 조선일보 사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번 김기식 파동에 대한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보수언론의 지원사격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연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김경수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 보도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특히 17일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설을 게재해 자유한국당과 궤를 함께 했다.

17일자 조선일보는 <'증거인멸' 시간 준 경찰과 덮은 검찰, 특검뿐이다> 사설에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여당 국회의원 비서진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며 특검을 요구했고 여당은 받아들였다"면서 "검찰은 선관위가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위뢰한 김 씨(드루킹) 사건을 뭉개버렸고, 경찰은 김 씨 사건에서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 이름이 튀어나오자 안절부절못하며 미적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검경이 앞으로 이 사건을 수사해서 결과를 내놓는다 해도 국민은 믿지 않을 것이다. 특검밖에 없다"면서 "특검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은 경찰의 증거인멸과 검찰의 덮기 여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조선일보는 <金 의원, 댓글 주모자와 대체 어떤 관계였나>, <김기식 발탁, 엉터리 검증, 비호했던 靑 책임져야> 사설을 게재해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에 4월 임시국회는 결국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6월 열릴 지방선거를 감안하면 사실상 선거가 끝날 때까지 모든 사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헌 등의 국민적 관심사안에 대한 논의도 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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