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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거대 권력이 성추행 범죄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방법위계에 의한 성추행과 미투 운동
장영 기자 | 승인 2018.04.15 13:18

기괴한 사건이 있다. 절대 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직 검찰총장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골프장 여직원 사이의 고소 사건은 현재 시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성추행 범죄에 집중한 이유는 현재 일고 있는 '미투 운동' 때문이다. 

위계에 의한 성추행;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새로운 촛불 혁명이다

남과 여가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남자는 모든 것의 우위에 선 존재였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며 남자의 노동력은 더욱 절실해졌고, 그렇게 남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여성 참정권이 허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봐도 남성 위주 사회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과도기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가 남성의 노동력을 절대적 가치로 여겼다면 현대 사회는 다르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권력을 지닌 남성과 여성의 충돌은 자연스럽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기억과 조작의 경계 - 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 편

건강한 충돌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범죄가 개입되면 그건 그 무엇도 아니다.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핵심은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다. 거의 대부분의 성추행은 권력을 앞세운 행위다. 그런 점에서 더욱 드러내기 어렵다. 

<그것이 알고 싶다-기억과 조작의 경계, 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은 '미투 운동'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건은 단순하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는 큰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어느 순간 피의자가 되어 법정에 서서 오히려 공격을 당하는 행태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포천의 한 골프장에 공동 대표로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이 기거하는 여자 기숙사에 술이 취한 채 방문했다. 대표가 여직원들이 사는 기숙사에 늦은 밤에 찾아가 뽀뽀를 하고 "애인 하자"라는 말을 하며 추행을 이어갔다고 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기억과 조작의 경계 - 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 편

갑작스럽게 당한 여직원은 다음날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이 사건은 인지했다. 그렇게 골프장을 그만둔 지 1년이 지나 신 전 검찰총장은 고소를 당했다. 피해자 아버지가 뒤늦게 알고 사과를 받기 위해 찾은 자리에서 "네 갓 것들에게 내가 왜 사과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사과만 받으며 끝내려 했던 사건은 그렇게 고소로 이어졌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법에 무지하고 힘도 없는 소시민이 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고소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신 전 총장의 고향 후배이자 동업자였고(이 동업 관계가 끝나며 논란이 시작), 검찰수사관 출신 법무사 B씨가 고소를 도우며 논란은 시작되었다. 

신 전 총장의 운전기사가 적은 운행 일지와 법무사 B씨가 고소장에 적시한 날짜가 다르다. 운전기사는 21일이라고 전화 통화로 알렸지만, B씨는 이를 22일로 들었다고 한다. 이 하루 차이는 결국 무고로 이어지는 이유가 되었다. 6월 22일은 신 전 총장의 알리바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2013년 성추행 시점이 친고제 폐지 시점과 맞닿아 있으며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이를 파악한 신 전 총장은 직원들을 상대로 위압적인 행동을 하며 증언을 할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증언을 하면 고소를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니 경악스럽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기억과 조작의 경계 - 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 편

경찰 조사 과정에서 증언을 해줘야 하는 이들이 권력자의 위압적인 행동에 맞서는 것은 쉽지 않다. 있는 그대로 증언을 해서 회사에서 쫓겨나고 고소까지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용기를 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은 그저 이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서도 많은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성추행 사건은 사건 조작을 통해 '공소권 없음'으로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신을 고소한 이와 도운 이들을 모두 무고죄로 고소한 신 전 총장의 행동은 끔찍하다. 

그는 누구보다 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평생을 법으로 먹고 살아왔던 인물에게 일반인이 맞서기는 어렵다.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 형편도 안 되어 뒤늦게 국선 변화사의 도움을 받은 게 전부였던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신 전 총장은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뒤늦게 변호사를 구하기 위해 찾아다녀도 전 검찰총장이라는 이유로 변호를 거절하기 일쑤였다는 사실은 더욱 답답하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이 권력 관계는 억울한 피해자만 양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고소를 했지만 역으로 무고로 피의자가 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변호인의 법적인 조언을 받을 수 없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기억과 조작의 경계 - 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 편

가난하면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이 사건 피해자들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돈과 권력, 여기에 법으로 무장한 상대에 맞서기에는 너무 미약한 존재다. 뒤늦게 이 사건을 알게 된 변호사들이 변호를 해주며 무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기는 했지만 이들 가족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신 전 총장 측이 항소를 해서 2심에서 뒤집힌다면 이 가족은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니 말이다. 성추행을 당하고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가 되어버린 이 황당한 사건. 이 사건은 그저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다. 이 사건을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집중한 것은 '미투 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은 단순 명료하지만 그래서 복잡하고 어렵다. 권력을 앞세웠다는 것은 그 권력을 통해 수많은 부당한 행위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힐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의적절하게 이 사건을 다뤘다. '미투 운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이 프로그램은 잘 보여주었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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