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사건을 통해 늙은 사수는 첫 사수가 되었다. 서로를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 그런 시간을 거치며 시보들은 좋은 경찰로 성장해간다. 다양한 성범죄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정오는 상수가 외친 시간에 몸이 굳어버렸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오후 10시 48분은 정오에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그 사건;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 사건과 가정폭력 피해자, 누구도 그들을 구원하지 못했다

현직 경찰을 집단 폭행한 청소년들. 촉법소년이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단 사실을 알고 일당을 주고 14세 이하 아이들을 구해 폭행 사건을 저지른 소년은 법정에 서게 되었다. 부자에 이런 저런 타이틀을 가지고, 구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 유지는 그 자체가 권력이라 자부하고 살아왔다.

그리고 17살 아들을 폭력으로만 다스렸다.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아들은 밖에서 폭력을 대물림하듯 해왔다. 어른들의 잘못은 그렇게 아이들을 괴물로 성장하게 하고는 한다.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홀로 괴물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가정 문제가 그렇게 성장하는 좋은 토양이 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

촉법소년은 법이 보호한다. 청소년과 성인의 범죄 처벌에 비해 관대하다. 어려서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법제도를 그대로 가져온 소년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일본마저 소년법을 개정한 상태에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소년법은 오히려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단순한 폭행 사건은 보호되지만 아무리 촉법이라고 해도 특수 상해, 절도, 강도로 사건이 커지면 그들이라고 법의 보호를 받지는 못한다. 이 사실을 알리려는 <라이브>의 노력은 그래서 반갑다. 사건을 예방하는 효과를 제대로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의붓아버지의 성추행을 피해 친구 집으로 도망쳤던 어린 아이 슬기. 더 큰 범죄로 이어지기 전 어린 아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숨었다. 친엄마는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아빠는 자신을 추행하는 현실에서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이들에게 가는 것이 전부였다.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

여청과 장미가 수사하던 연쇄성폭행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이번 피해자는 다름 아닌 얼마 전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찾았던 집의 아이들이었다. 남편의 경제력으로 인해 폭력을 인내하던 엄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은 더 큰 폭력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성범죄에 노출되고 말았다.

산 위에서 아버지와 더 이상 살지 않게 해달라며 돌탑을 쌓고 빌었던 자매. 그날도 그렇게 그곳을 찾았다 어린 동생은 연쇄 성폭행범에게 납치되었다. 이를 막으려던 언니까지 피해를 입은 사고. 하지만 아이들은 성폭행을 부인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만든 결과였다.

가정 폭력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미국처럼 공권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가정 내 폭행 사건에 개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라이브>는 극단적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예고편에서 성폭행을 당했던 아이가 어머니에게 상습 폭행하는 아버지에게 한 행동. 이는 가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결국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

정오의 과거가 드러났다. 자매를 어떻게든 보호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극구 반대하며 불신만 드러내는 아이들을 보고 힘이 빠진 정오. 그렇게 상수와 지구대로 걸어가던 정오. 11시가 다되어 간다며 버스를 타고 가자는 상수의 말에 정오는 얼어붙었다.

정오가 11시라는 상수의 말에 넋이 나간 듯 반응한 이유는 12년 전 그 사건 때문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마지막 통화를 한 시간이 저녁 10시 48분이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순간 골목길에 숨어있던 두 명은 어린 정오를 산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했다.

그 잔인한 기억은 정오의 삶을 망가트렸다. 정오는 사귀던 남자를 매몰차게 대했고, 그들은 정오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없었다. 정오가 경찰이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

여청과 장미가 정오를 알게 된 것 역시 그런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성폭력과 관련해 민감하게 대하던 정오의 행동은 모두 12년 전 그 끔찍한 사건 때문이었다.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는 그 트라우마가 어린 자매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정오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자매 중 언니에게 휴대폰을 전하며 정오는 자신의 숨기고 싶은 상처를 드러냈다. 영원히 그날을 잊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적절한 조처를 취하고 범인을 잡아 처벌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오가 지금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아이들이 자신처럼 상처 속에서 힘겹게 살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다. 트라우마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

경찰서 앞까지 와서도 선뜻 들어서지 못하고 그저 차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 양촌은 촉으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조수석에 있던 박스에는 헤어진 남친이 그녀의 집에 들어와 강아지를 살해한 증거가 있었다. 데이트 폭력은 보다 강력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여친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애완견은 그저 예고일 뿐이니 말이다.

양촌은 딸이 걱정이다. 손목에 멍자국이 있고, 상처가 발견되기 시작하며 데이트 폭력을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들려 옷가지를 들고 차량으로 향하던 양촌은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차량 안에서 자신의 딸이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제압하려는 남자를 끌어내 때리기 시작한다.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

양촌의 딸 송이는 아빠를 112에 신고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딸. 신고하는 딸의 전화기를 끄고 주머니에 넣는 아빠 양촌이 느끼는 감정이 어땠을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이해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딸이 남친의 잘못에 분노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려는 모습에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늙은 사수는 나의 첫 사수로 바뀌었다. 아버지 같은 사수에게 마음을 연 혜리와, 그런 천방지축이지만 사랑스러운 마지막 시보를 바라보는 삼보의 모습은 든든함으로 다가왔다. 청소년 범죄에 직접 피해를 입은 채 힘겨워했던 삼보. 그렇게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은퇴를 앞두고 더 당당한 경찰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동료에 대한 감사까지 느낀 삼보는 외롭지 않다.

지구대장인 한솔의 몸에서 암이 발견되었다. 과로와 술로 점철된 그의 인생은 그렇게 원하지 않는 훈장처럼 암이 찾아왔다. 몇 기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암이라는 사실은 씁쓸하다. 여성을 향한 강력 범죄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코 쉽지 않은 범죄를 풀어내기 위한 과정은 그래서 기대된다. 그 과정은 시의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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