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본선도 어느덧 종반을 향해 가면서 단 8경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유럽 강팀들의 몰락이 축구팬들을 경악하게 했고, 심판들의 오심이 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 역시 생각보다 두드러지지 않은 가운데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세계 축구의 한 축, 남미가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선에서 5개 출전 팀이 모두 조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남미는 16강에서도 5개 팀 가운데 4개 팀이 8강에 올라 3개에 그친 유럽을 사상 처음으로 꺾는 쾌거를 이루면서 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남미의 강세가 점쳐졌던 것은 있었습니다. 바로 '유럽-남미 교차 우승 징크스' 규칙에 따라 남미의 우승이 유력하다는 말이 오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징크스만을 바라본 것일뿐 실제로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예측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더욱이 스페인이 세계 최고의 전력을 갖추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돼 남미의 우승이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스페인, 영원한 우승 후보 독일 등이 좋은 성적을 냈을 뿐 유럽 강호로 꼽히는 이탈리아, 잉글랜드, 프랑스 등이 일찌감치 탈락했고, 반대로 예상치 않았던 우루과이, 파라과이가 8강에 오르면서 '극과 극'의 성적이 나와 남미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승패, 골득실 등 모든 성적만 놓고 봐도 남미는 유럽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교차 우승 징크스'를 이어나갈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남미가 이번 월드컵에서 강세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기술적으로는 남미 특유의 개인기에 탄탄한 조직력이 갖춰지면서 '지지 않는 팀'으로의 면모를 갖췄다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남미 축구 하면 화려한 개인기를 떠오를 만큼 하나의 아이콘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는데요. 반면 개인의 성향이 워낙 강해 팀플레이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뛰는 남미 선수들이 주축 선수들로 떠오르면서 유럽형 조직 축구가 남미에도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퓨전 축구'를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퓨전 축구로 남미는 볼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를 압박하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고, 여기에다 개인기를 통한 빠른 템포로 경기를 운영하는 스타일도 더해지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위력을 떨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퓨전 축구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있다는 것도 남미 축구를 돋보이게 한 요소가 됐습니다. 현재 득점 선두권에 있는 선수 가운데 대부분이 남미 선수로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이 4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즈, 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 역시 3골로 그 뒤를 쫓으면서 8강 진출에 견인차 역할을 해냈습니다. 중앙에서 조직력이 더해진 패스를 받아 한 번에 골로 연결하는 스트라이커들의 선전은 남미 축구가 웃을 수 있는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러한 실력과 더불어 환경을 지배한 것도 선전의 요인이 됐습니다. 남아공과 같은 위도에 있어 기후적으로 낯설지 않고, 남미 예선을 통해 적응한 고지대 경기는 선수들에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됐습니다. 이런 큰 환경적인 지배에 이번 월드컵의 최대 변수로 작용한 공인구 자블라니에 예선을 거듭하면서 완벽하게 적응한 것도 큰 몫을 해냈습니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우승을 위해 뭉치면서 하나의 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오합지졸'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 일부 유럽 팀과는 다르게 나타나면서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상승세가 흐트러짐 없이 마지막까지 지속된다면 남미 팀의 우승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욱이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가 팀 내부적인 문제로 와해된 가운데서 다혈질적인 남미 팀들이 오히려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은 이번 월드컵에서 색다르게 눈여겨볼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만큼 남미 팀들의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것도 이번 월드컵에서 선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8강, 4강, 결승전까지 남미 팀들의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남아공 월드컵을 장식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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