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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정신 버리고 전쟁 부추기는 경남 문인들[지역에서 본 세상]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승인 2010.07.01 22:24

"앞으로 경남에서 살면서 시를 쓴다고 말하기가 억수로 쪽팔리게 됐습니다." 경상남도문인협회가 기관지 <경남문학> 여름호를 내고 나서 나오는 반응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며칠 전 만난 이 시인은 그러면서 "문인 정신은 간 데 없고 권력의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집단이 되고 말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

1. 전쟁 부추기는 '권두 칼럼'

도대체, <경남문학>에 무엇이 실렸기에 이런 반응이 나올까요. 물론 이번 <경남문학>을 보고 이같은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거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문제가 많은 편집이었습니다.

   
   
 
3월 26일 밤 서해에서 일어난 이른바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두고 '천안함 추모 특집'을 꾸린 것입니다. 이렇게 특집을 꾸린 자체를 두고 뭐라 입질을 하는 것은 아니고요, 거기에 담긴 생각이 전혀 문인답지 않아 그러는 것입니다.

거의 조·중·동 수준인데다가, 문인이라면 당연히 갖췄으리라고 여겨지는 어떤 성찰의 자세가 하나도 보이지가 않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시조시인인 김복근 회장은 '권두 칼럼' '천안함, 가슴에 묻다'에서 "내부 폭발과 피로 파괴가 아닌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슬픔의 바다는 분노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도발 주체에 대한 응징과 보복이 거론된다. 책임을 묻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추이다"라고 했습니다.

6·2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사건을 '북풍'으로 몰고 가려 한 정부 당국과 판박이처럼 똑같은 관점·태도입니다. 건강한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합리적으로 제기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의문점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태의 본질을 한 눈에 알아차리는 문인 특유의 직관이나 같은 사태라도 표면만 보지 않고 깊숙이 안에까지 투시하는 안목은 어디로 갔는지 아예 보이지를 않습니다.

이어집니다. "정부와 군은 보다 단호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전쟁 불사의 군사적 응징을 제외한다면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68년 북한의 124군부대 청와대 습격 사건, 83년 미얀마의 아웅산 묘소 폭파 사건, 87년 대한항공 KAL858기 폭발 사건, 96년 강릉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 북한의 도발 사건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때마다 우리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할 수 없다.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것이다."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켜야 한다는 투로 말합니다. 과연 전쟁이 가능하기나 한 카드인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갈등을 해결하는 소극적인 평화로부터 갈등을 종결시키는 적극적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사용하는 전술처럼 때로는 공격이 최상의 방어가 될 수 있다. 긴장과 대결의 바다가 평화와 안정의 바다로 전환되게 하는 공세적 외교가 요구된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전쟁이라도 해야 한다'는 극우 논리가 말입니다. 본말이 완전 뒤집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책임질 일이 없는 일개 문인 나부랭이라 해도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전쟁'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관계에만 비춰보더라도 얼마나 바보 같은 얘기인지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2. 장병 개인의 고통 외면하는 작품들

아시는대로, 천안함 침몰로 숨진 장병들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것은,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인관 관계와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거나 없는 것처럼 가려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아울러 영웅을 만들어낸 상황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런 구실을, 이번 특집에 참가한 시인들이 잘도 수행을 했습니다. 서인숙 시인은 말미에서 "잠들어 조국의 평화를 위해/ 그대 순결한 젊음의 기백으로/ 기도해 주소서 기도해 주소서"라 적으면서 제목을 '바다의 영웅이여! 그 넋을 기리며-천안함 순국 열사들에게'라 달았습니다.

지역에서 원로로 꼽히는 이광석 시인은 제목이 '누가 그대들을 꽃이라 부르지 않으리-천안함 영웅들을 보내면서'라는 시에서 "그대들 거룩한 죽음의 참뜻 영원히 기억하리/ 그대를 향한 하나된 국민의 아픔 국민의 소망/ 길이 보듬고 키워가리"라고 읊었습니다.

또다른 원로라는 전문수 시인은 자기 시에 '부활-천안함 참사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며'라 달고는 "'천안함 승조원 장병 46명/ 여러분은/ 모두 우리 조국 하늘의 빛나는 별로/ 겨레의 숭고한 평화의 피로 이미/ 부활하였느니라'" 하고 읊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또다른 문제를 봅니다. 문인들은 개인의 상처와 아픔에 누구보다도 더 예민한 사람들로 저는 아는데, 여기 이 시인들의 이번 시는 그런 마흔여섯 장병들이 바닷속에서 숨이 막혀 죽어어갈 때 겪었을 그 치명적 고통에 대해서는 거의 돌아보지 않습니다.

개인의 아픔과 고통, 숨질 수밖에 없는 그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느꼈을 어쩌면 죽음보다 더했을 공포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애써 외면했는지는 몰라도, 제대로 돌아보고 짚어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애달파하는 시인의 시도 하나는 볼 수가 있었습니다. "컴컴한 심해에서 몸부림치며 마지막까지 심장에 새겼을 그리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가끔 마주쳤던 이웃집 사람/ 당신은 이 모든 사람들을 심장에 새겼을 테지요/ 살아남은 이들의 절망마저 잠재우며/ 당신은 그렇게 바닷물 속으로 푸른 눈물을 흘려보냈을 테지요/ 이제 당신은 당신 생각만 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다른 시들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조국 평화 통일 분단 겨레 따위 듣기만 좋고 사실은 공허한 낱말로 개인개인 장병이 마주쳤던 그지없었을 참담함을 가려버리는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경남문협은, 이번 선거에서 '북풍'에 편승해 민심을 거스르는 짓을 서슴없이 해댄,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애써 뛰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증거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이 그렇다고 확인이라도 되는 날에는 경남에 사는 문인들 가운데 아마 쪽팔려서 죽고 말 사람이 하나둘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 9일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을 했으며 2009년 1월 기자 직분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시민사회부 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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