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된 MBC 새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 3회에서는, 장우(소지섭)가 속한 2중대와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과의 전투장면으로 시작됐다. 약 10분 여간 벌어진 전투신은 치열한 사투를 벌인 2중대의 모습을 현장감 있게 그려 내, 백점은 아니어도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실 안방에서 전투신을 살리기는 쉽지가 않다. 스케일도 고려해야 하지만, 전투의 특성상 여러 장면이 부딪혀 산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장면 하나하나에 포인트를 줘야 하기 때문에, 제작진에게도 일부 무리가 따른다. 내용으로 접근하기 보단 그림으로 보는 게, 오히려 시청자로선 편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전투의 내용보단, 신태호역의 윤계상이 눈에 띠었다. 이빨사이에 진흙이 끼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면에 충실하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연기에 칭찬이 아깝지 않다. 덕분에 흙구덩이 속에 파묻혔다가, 전투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일어나 화염병을 든 장우(소지섭)가, 빛이 바랠 정도였다.

윤계상 눈물, 좋은 예와 나쁜 예?

신태호역의 윤계상은, <로드넘버원>을 통해, 연기자로서 재발견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연을 펼치고 있다. 신태호라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힘은, 윤계상의 연기가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연(김하늘)에 대한 애증, 이장우에 대한 콤플렉스를 적절하게 구현하는 신태호는, <로드넘버원>의 희망으로 느껴질 정도다,

특히 동료를 잃고 윤삼수(최민수)앞에서 흘린 눈물, 콧물, 침의 3종세트는, 그동안 잘 생긴 윤계상을 버리고, 연기자 윤계상으로 거듭나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고, 눈물연기의 '좋은 예'로 부족함이 없다.

반면 김수연과의 회상장면에선 달랐다. 거부하는 그녀에게 청혼반지를 억지로 끼워주며 흘린 눈물은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남자답고 강한 눈빛으로 수연의 허리를 꺾지 못한 채,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아서."라는 쌍팔년도 작업멘트로 날릴 때엔 낯뜨거겁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눈물까지 쏟아내며 반지를 받아달라고 애걸할 땐, 눈물의 '나쁜 예'로 기억될 정도다.

지금껏 눈물의 여왕은 많았지만, 윤계상은 새롭게 등장한 눈물의 왕자로 손색이 없다. 그의 눈은 언제나 촉촉이 젖어있다. 툭 치면 울 것 같은 윤계상의 눈과 지나치게 자주 쏟아내는 눈물은, 자칫 신태호의 나약한 이미지만 부각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건 적당한 게 좋은 법인데 말이다.

소지섭과 김하늘의 굴욕?

반면 이장우(소지섭)의 눈은 조금 풀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늘 눈에 핏대가 서 있다. 지나치게 강렬한 나머지,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 그런 장우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으니 그가 바로 오종기(손창민)다. 종기는 목숨이 오가는 전쟁터에, 인간미에 취한 듯 감상적인 장우가 싫다. 3회에선 본보기로 주먹이 이은 하이킥을 장우의 얼굴에 작렬해, 장우(소지섭)는 굴욕과 아픔을 동시에 당하고 만다. 이어 디저트로 싸대기. 소지섭 정말 마이 맞았다.

안 그래도 어릴 적 다친 손 때문에, 총도 제대로 잡기 버거운 장우. 귀까지 마비가 오는 지, 배를 타고 떠나는 수연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잘 부탁한다고 손을 흔든다. 이에 수연은 장우의 아버지가 죽었다고 알려 보지만, 장우는 나는 괜찮다며 사오정개그(?)를 날리고 만다. 시청자로선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모르는 애매한 상황.

머리에 꽃을 꽂고 해맑게 웃던 수연(김하늘)도, 짧지만 강한 한 컷으로 굴욕을 장식했다. 장우도 그런 수연이 낯설었을까, 어색한 웃음을 흘리고 만다.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풀밭에 누워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회상장면은, 왜 제작진이 키스신에 매달리는 지 알 것도 같다. 차라리 꽃보단 키스다. 수연의 머리에 꽂았던 꽃을 보며 생각했다.

닭살넘버원 장우와 수연은 4회에서 재회한다. 부산역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두 사람. 그들의 애정행각과 키스는 계속되고 신태호의 훼방 섞인 질투도 이어질 전망이다. 3회는 분명 1,2회보단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줬다. 캐릭터들의 설득력도 차츰 본 모습을 찾아가고, 인물간의 관계도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만 초반에 훼손된 이미지를 어떻게 만회할 지가 변수다. 불필요한 회상에 사로잡히기 보단, 앞으로 전개에 보다 무게를 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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