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기자단이 엠바고를 파기한 기자 3명에 대해 2주간 출입정지 및 보도자료 중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보도 엠바고 규정을 방통위가 아닌 기자단이 정하고 방통위가 기자단의 징계 결정을 이행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방통위 기자단은 "출입기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전자신문과 한국경제TV, 아이뉴스24, 3개 매체에 대해 2주간 출입을 정지하고 보도자료를 중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자단은 "기사 노출 후 즉시 내린 점, 의도성보다는 실수였다는 점 등이 감안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매체가 피해를 보는 엠바고 파기에 대해 조금 더 서로 주의하자는 차원의 결정"이라고 공지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앞서 지난 달 21일 아이뉴스24, 전자신문, 한국경제TV는 방통위의 페이스북 과징금 부과 보도와 관련된 엠바고를 파기했다. 방통위의 엠바고는 특별한 공지가 없을 경우 전체회의 직후 해제된다고 한다. 세 매체는 전체회의 도중에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전체회의 발언에 대해 엠바고를 거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방통위원장은 장관급, 방통위 상임위원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공직자다. 이들의 말은 공신력이 담긴 발언이고, 발언 직후 기사로 나가는 것에 엠바고를 거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라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정치권이나 정부부처 회의 발언의 경우 발언 직후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방통위의 엠바고 적용 기준이 유독 엄격하단 얘기다.

또한 방통위 엠바고 규정은 기자단이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엠바고는 취재의 대상이 되는 곳에서 사유를 들어 엠바고를 요청하는 것인데, 이를 기자단이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방통위 기자단 측은 "전체회의의 경우 회의 종료 직후 엠바고가 풀린다"면서 "상대적으로 기자들이 관심이 많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건 브리핑을 하는데, 그럴 때는 브리핑 시작 시점에 엠바고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용이 픽스가 되면 시점을 정해 풀자는 건데 어떤 매체에서 회의 중간에 속보를 올리면 주목도가 떨어지니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 기자단 측은 유독 엄격한 엠바고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아무래도 방통위는 여야 추천 위원들이 있다보니, 전체회의가 끝나야 내용이 픽스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자단 측은 "다만 그런 것과 관계 없는 자료에 대해서는 최대한 앞당기도록 노력하고, 엠바고에 유연성을 갖는 방향으로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기자단의 징계 의견을 방통위가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는 방통위가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기자단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징계 조치를 실행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도자료 엠바고가 걸리는 건 기자단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징계수위는) 저희가 임의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등록된 기자들이 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엠바고는 원래 보도자료를 내는 쪽이 종합 판단을 해서 언제까지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인데 왜 기자단이 그걸 정하는지 의문"이라면서 "기자단이 그걸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한다는 건 본인들의 취재 편의를 위해 기관과 담합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기자단이 징계를 요청했다고 해서 방통위가 그걸 받아들여 2주 동안 출입을 정지하고 보도자료를 안 준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기자단이 결정한 모든 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이면 기자단이 하나의 권력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기자단은 언론사들이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기관이 기자들에게 제대로 취재 편의를 보장하지 않거나, 제 때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일이 발생할 때 항의를 하고 불만 제기의 통로가 돼야 한다"면서 "도리어 기자단이 내부의 규제기관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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